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의 탱크 공장을 방문해 대선 유세를 연상시키는 연설을 했다. 2020년 11월 대선 재선을 위한 시동을 거는 모양새다. 하지만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8월 별세한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을 비난한 대목에 더 주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미군 주력 탱크 ‘M1 에이브럼스’를 생산하는 오하이오주 리마의 공장을 찾은 것은 상당한 정치적 고려가 깔린 행보다. ‘러스트벨트’(쇠락한 자동차·철강 공장지대)에 속하는 오하이오주는 내년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요충지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오하이오주에서 51.7%로 승리를 거두며 대권의 발판을 마련했다. 제조업과 군사의 의미를 결합한 탱크 공장을 방문지로 택한 것도 의미심장한 부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역시나 많은 말을 쏟아냈다. 그는 “여러분이 대단하게 여기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때 4년 연속으로 미국 전차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편성된 예산이 제로였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내가 아니었으면 이 공장은 문을 닫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의 치적을 강조하면서 블루칼라들에게 지지를 호소한 것이다.
미국 최대 자동차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가 오하이오주 로즈타운 공장을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시킨 것도 문제 삼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GM을 향해 “(다른 업체에) 로즈타운 공장을 팔든가, 지금 공장 문을 다시 열라”고 압박했다. 또 GM에 “정직하지 않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로즈타운 공장이 문을 닫아 지역주민들이 실직자가 되면 오하이오 민심이 등을 돌릴까 우려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두 장의 시리아 지도를 펼쳐 보이며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오늘 밤 안으로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탕전 승리가 임박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의 5분 이상을 할애하며 고인이 된 정적 매케인 전 의원을 또다시 비판한 부분을 크게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결코 매케인을 좋아하지 않았다”면서 “아마 앞으로도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매케인이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 폐지 법안에 반대표를 던졌던 것은 공화당과 이 나라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는 “매케인 비난은 트럼프 대통령의 뿌리칠 수 없는 강박관념”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그만하라는 공화당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매케인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여당인 공화당에서도 비난이 쏟아졌다. 조니 아이잭슨 공화당 상원의원은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매케인의 딸 메건 매케인은 “대통령의 질투로 죽어서도 뉴스가 쏟아진다는 사실을 고인이 알게 된다면 아주 우습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에서는 상원 의회 건물 중 하나를 매케인의 이름으로 개정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