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여성 몰래 성관계 영상을 촬영하고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유포한 혐의를 받는 가수 정준영(30)이 21일 구속됐다. ‘버닝썬 사태’에 연루된 연예인 중 첫 구속이다.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부장판사는 이날 정씨에 대한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영장을 발부했다. 임 부장판사는 “범죄사실 중 상당부분이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정씨는 앞서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피해자는 10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모든 혐의를 인정한다”며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 경찰은 카톡 대화방에 참여한 버닝썬 직원 김모씨도 같은 혐의로 구속했다.

정씨의 구속으로 경찰 수사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버닝썬 사태 주요 인물의 범죄 혐의가 계속 추가되고 있다. 아이돌그룹 FT아일랜드 전 멤버 최종훈(29)이 2016년 2월 음주운전이 적발되자 경찰관에게 뇌물을 주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최씨가 음주운전 적발 당시 현장에서 단속 경찰관에게 적발 사실을 숨겨 달라는 목적으로 뇌물을 주려 한 혐의(뇌물공여의사표시)를 추가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단속 경찰관에게서 “최씨가 현장에서 ‘200만원을 줄 수 있다’는 의사를 표시했고, 이를 거절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가수 승리(본명 이승현·29)는 서울 강남에서 술집을 불법으로 운영한 혐의가 추가됐다. 승리는 유인석(34) 유리홀딩스 대표와 함께 2016년 ‘몽키뮤지엄’이라는 업소를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한 뒤 유흥주점으로 운영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를 적발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승리와 유 대표는 과징금 4080만원을 내고 영업을 계속하다 지난해 8월 그곳을 폐업했다. 경찰은 이날 두 사람을 비공개로 소환해 조사했다.

경찰은 2016년 정씨가 여자친구와의 성관계 동영상을 촬영한 사건을 맡아 수사하던 서울 성동서 소속 경찰관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했다. 이로써 버닝썬 사태로 입건된 현직 경찰관은 5명으로 늘었다. 해당 경찰관은 휴대전화 복원업체에 “데이터 복원 불가라고 해 달라”고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당시 조사에서 ‘(정씨의) 휴대전화를 잃어버려 제출할 수 없다’고 했던 정씨 변호인도 증거인멸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은 강남 클럽 아레나의 162억원 상당 탈세 의혹과 관련, 실소유주로 지목된 강모씨와 명의상 소유주 A씨에 대해 전날 조세포탈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다만 지난해 11월 버닝썬에서 벌어진 폭행사건의 피의자인 버닝썬 장모 이사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2017년 10월 아레나에서 손님을 폭행한 혐의를 받는 용역경비원 윤모씨도 영장이 발부되지 않았다. 마약 투약 혐의뿐만 아니라 지인들에게 마약을 나눠준 혐의로 입건된 이문호(29) 버닝썬 공동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은 지난 19일 기각됐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