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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숨쉬자” 화합 외친 반기문, 미세먼지 해결사로 구원 등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1일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뒤 청와대 춘추관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병주 기자


국민적 고통을 안기고 있는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복귀했다. 2017년 대선에서 중도사퇴하며 보였던 유약한 모습과 달리 미세먼지 퇴치를 위한 국제 공조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대신 범지역적 협력을 강조했고, 내부적인 고통 분담과 국민 개개인의 노력을 당부했다. 그는 “우리 모두가 한 발짝씩 물러서야 숨을 쉴 수 있다”고 호소했다.

미세먼지 퇴출을 위한 범국가적 기구 위원장직을 수락했던 반 전 총장은 21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했다. 이어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반 전 총장은 “이런 (환경) 문제에서는 자기 나라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면서 국제사회와 협력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것이 일반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특정 나라를 지목해 이야기하는 것보다 우리 자신이 먼저 노력하고, 동시에 중국을 포함한 동북아 국가와 몽골, 북한, 일본까지 공동 노력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특히 내부적인 노력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는 미세먼지 문제에 곤혹스러워하는 청와대가 가장 하고 싶으면서도 국민적 반감 탓에 하지 못했던 말이기도 하다. 그는 “범국가적 기구를 만든다고 해서 미세먼지 문제가 일거에 해결되는 게 아님을 국민이 더 잘 아실 것”이라며 “개인부터 산업계, 정치권, 정부까지 모두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정부 유관부처에는 집중력과 유연성을, 정치권에는 이념·정파를 초월한 협력을, 산업계와 이익단체에는 대의와 양보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가 정치 문제가 되는 순간 범국가 기구를 통한 해결 노력은 실패한다”고 지적했다.

중국과는 정부 고위급 채널을 통해 공조를 이끌어내겠다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은 매년 중국 보아오에서 개최되는 보아오포럼 이사장을 맡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오는 26일부터 보아오포럼이 개최되는데, 리커창 중국 총리와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며 “기회가 되는 대로 나머지 중국 지도자와도 이런 문제를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또 반 전 총장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기술고문,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세계은행 총재가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유엔 글로벌적응위원회를 비롯해 유엔 산하 기구를 통한 국제 협력을 성사시키겠다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은 야당을 포함한 범정치권 인사 등으로 조직을 구성할 예정이다. 그는 “여러 정당이나 과학계, 산업계 등 각계 분야 인사 중 대표적인 분들을 모셔서 위원회와 분과위원회, 사무국을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엔 사무총장 퇴임 후 2년간 파리기후변화협약 이행과 지구 생태환경 복원 등을 위해 전 세계인의 노력을 호소해 왔다”며 “제 필생의 과제를 다시 한 번 전면에서 실천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위원장직 수락 배경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반 전 총장에게 “이번에 만들어진 기구는 민간과 공공을 아우르는 범국가적 기구인데 반 전 총장만큼 적합한 분이 없다. 기대가 크다”고 격려했다.

반 전 총장은 정치권 복귀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연목구어(緣木求魚·나무에 올라가 물고기를 구한다)”라며 “반기문재단 정관에는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토록 돼 있다”고 밝혔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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