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전환기마다 새벽기도가 큰 힘이 됐다. 미적지근한 모태신앙에서 본격적으로 회심하게 된 계기 역시 새벽기도였다. 강신익(65) 한동대 행정부총장 이야기다.
강 부총장을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한동대 서울사무소에서 만났다. 강 부총장은 2012년 LG전자 사장에서 퇴임한 후 2013년 한동대로 초빙돼 ICT창업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당시 연 매출 23조원의 사업본부 수장에서 경북 포항에 위치한 연간 예산 400억원의 작은 대학으로 옮긴 것이다. 연봉도 비교할 바가 못 됐다. 그런데도 그는 소명이라고 했다. 온누리교회 장로 직분도 맡고 있다.
“같은 교회 김영길 전 한동대 총장께서 글로벌 경험을 나눠 달라며 교수직을 강권하셨어요. 하지만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죠. 하용조 목사님이 소천하시고 이재훈 목사님이 부임해 연말연초 40일 특별 새벽기도회를 이끌 때였어요. 창세기 12장 1절 말씀을 듣게 됐죠.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이르시되 너는 너의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네게 보여 줄 땅으로 가라.’ 가나안 땅으로 가라는 말씀을 새벽기도 중에 듣고 한동대 교수직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강 부총장은 모태신앙이다. 젊은 나이에 홀로 돼 3남 1녀를 키운 경북 영주의 외조모 덕분에 집안이 예수 그리스도를 믿게 됐다. 하 목사는 모태신앙을 ‘못된 신앙’이라고 부르곤 했다. 사춘기나 청년기에 방황하기 쉬워서다. 그도 한동안 신앙과 먼 삶을 살았지만 새벽기도로 다시 태어났다. 미국 가전 시장에 LG 브랜드를 진수시키는 중책을 맡았던 2000년대 초반, 뉴저지에 살던 그는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 5시부터 인근 한인교회에 나가 새벽기도를 하고 출근하기 시작했다. 그는 “여호수아 1장 9절, ‘강하고 담대하라 두려워하지 말며 놀라지 말라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너와 함께 하느니라’는 말씀으로 미국 세탁기 냉장고 시장을 공략했다”고 말했다.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으로 그는 2005년 LG전자 한국마케팅부문장을 맡게 된다. 귀국한 그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온누리교회 서빙고성전 앞 신동아아파트에 전세를 얻는 일이었다. 새벽기도 출석을 위해서였다. 해외법인 근무 경력이 길어 친한 국내 동료들이 적었던 그는 매일 대면하는 임직원 8~9명을 위해 새벽 중보기도를 시작했다. 그들의 가정과 자녀, 직장 내 애로사항을 듣고 기도하다 보니 단시간에 친밀감이 높아지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이렇게 다져진 팀워크로 LG전자 사장직까지 완수할 수 있었다.
강 부총장의 서류 가방이 눈에 띄었다. 아이패드와 자필 일기장에 이어 ‘한동 가디언스’라는 작은 수첩이 들어있었다. 선교사 자녀 출신 한동대 학생들 가운데 크리스천CEO포럼 회원들이 매 학기 50만원씩 지원하는 친구들의 얼굴 사진과 기도 제목이 인쇄된 수첩이다. 기독교 정신으로 1995년 문을 연 한동대는 목회자와 선교사 자녀 특별전형이 있다. 해외 오지에서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의 자녀들은 대부분 부모 도움 없이 한국에 나와 스스로 벌어 대학에 다닌다. 이들이 일주일에 하루만이라도 아르바이트를 덜 하도록 돕기 위해 CEO 포럼 회원들이 나선 것이다.
강 부총장은 “학생들과 포럼 회원들을 멘토링으로 연결해 새벽마다 중보기도를 하고 친분을 이어가도록 돕는다”면서 “선교사 자녀들은 대를 이어 한국에 복음을 전한 미국 선교사의 후손들처럼 척박하더라도 부모님 선교지로 다시 돌아가 사역할 꿈을 꾸는 경우가 많다”고 소개했다.
강 부총장은 올해 크리스천CEO포럼 회장직을 다시 맡았다. 2013년에 이어 두 번째 임기다. 매주 토요일 아침 6시부터 중보기도와 친교, 성경공부를 하는 ‘굿모닝 바이블’ 모임을 서울서 연다. 이어 주일 예배를 마치면 오후에 포항으로 내려간다. 매주 월요일 아침엔 포항 한동대 ICT학부 학생들과 ‘공동체 성경 읽기(PRS)’를 한다. G&M글로벌문화재단이 제작한 ‘드라마바이블’ 애플리케이션을 틀어놓고 함께 성경을 읽는 모임이다. 강 부총장은 “스마트폰이 본격화된 2000년 이후 출생 세대들은 원하는 정보를 빠르게 찾지만, 성경 전체를 통독하는 건 어려워한다”면서 “성경 읽기가 한동대 기숙사 전체로 확산되길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