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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막길 감속되면서 재충전… 달린 만큼 주행 거리 늘어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이 앞다퉈 순수전기차(EV)를 내놓고 있다. 이제 한 번 충전했을 때 주행 가능 거리는 400㎞에 육박한다. 서울에서 부산 정도는 갈 수 있는 거리다. 내연기관차 대안으로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 하지만 충전 인프라가 아직 부족한데다 ‘갑자기 배터리가 닳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여전히 선택이 망설여진다. 달릴수록 충전이 되는 전기차라면 어떨까.

지난 14일 국내의 전기차 테스트베드인 제주에서 쉐보레의 전기차 ‘볼트EV'(사진)를 직접 운전해봤다. 제주공항이 있는 제주시내를 출발해 한라산 중턱을 지나 마라도에 가까워지는 제주도 남단까지 다녀오는 왕복 110㎞를 달렸다.

시동 버튼을 누르자 디지털 클러스터와 10.2인치 컬러 디스플레이가 켜졌다. 전기차만의 고요함을 선사하며 차는 앞으로 나갔다. ‘실용적인 친환경차’를 표방하는 모델이기에 승차감에 큰 기대가 없었지만 예상보다 안정적이었다. 과속방지턱을 넘거나 울퉁불퉁한 길을 지나갈 때도 적당히 무게감 있게, 하지만 부드럽게 나아갔다.

첫 번째 목적지인 1100고지를 향해 액셀을 밟았다. 조용하고 빠른 가속력은 전기차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오르막길을 달릴 때도 전기차라서 힘이 달린다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았다. 다만 주행 가능 거리는 빠르게 줄었다. 불안해졌다.

하지만 내리막길이 시작되자 줄어들던 주행 가능 거리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1100고지에 이르렀을 때 220㎞까지 떨어졌던 주행 가능거리는 내리막길이 끝났을 때 다시 300㎞를 향해 가고 있었다.

액셀만으로 가속과 감속을 모두 할 수 있는 회생 제동 시스템 ‘원 페달 드라이빙’과 스티어링 휠 후면의 패들 버튼으로 활성화시키는 ‘리젠 온 디맨드(Regen on Demand)’를 사용한 결과다. 원 페달 드라이빙은 주행모드를 ‘L모드’로 바꾸면 실행된다. 엑셀에서 발을 떼면 곧바로 제동장치가 작동해 마치 브레이크를 밟은 것처럼 감속되는데 이때 전기 에너지가 회생되면서 재충전되는 것이다. ‘전기차라서 오르막길이 불안하다’는 생각보단 ‘내리막길이 있으니 전기차를 탈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볼트 EV는 겉보기보다 내부 공간이 여유롭다. 쉐보레 관계자는 “내연기관 차량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개발된 다수의 경쟁 전기차 모델들과는 달리 볼트 EV는 전기차 전용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개발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엔진룸을 없애고 차체 대비 휠베이스를 넓혀 내부 공간을 넉넉하게 확보했다는 의미다. 외관이나 인테리어는 고급스러움보단 단순함이 강조됐다. 하지만 실용성과 친환경성을 따지는 운전자에겐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 같다.

제주=임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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