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주스페인 자국대사관 습격 사건에 대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공식 입장을 내놨다. 북한은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반북 단체 ‘자유조선’이 연루돼 있다는 의혹에 관한 수사를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31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 형식으로 “지난 2월 22일 무장괴한들이 스페인 주재 조선대사관을 습격하고 대사관 성원들을 결박, 구타, 고문하고 통신기재들을 강탈해가는 엄중한 테러 행위가 발생했다”며 “국가주권에 대한 엄중한 침해이고 난폭한 국제법 유린”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테러 사건에 미 연방수사국과 반공화국 단체 나부랭이들이 관여돼 있다는 등 각종 설이 나돌고 있는 데 대해 우리는 주시하고 있다”며 “스페인 당국이 사건수사를 끝까지 책임적으로 진행해 테러 분자들과 그 배후조종자들을 국제법에 부합되게 공정하게 처리하기를 바라며 그 결과를 인내성 있게 기다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이번 사건에 FBI가 연루됐다는 스페인 당국의 발표를 사실로 단정하지는 않고 ‘각종 설(說)’이란 표현을 썼다. 또 최근 북한을 향한 도발을 이어가고 있는 ‘자유조선’이란 단체 이름도 적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연루설을 주시하고 있다’는 발표는 한·미 당국이 반북 단체들과 접촉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로도 읽힌다.

한편 북한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 1차 회의가 한·미 정상회담과 비슷한 시기에 열려 이때 북한이 내놓을 메시지에 관심이 쏠린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오는 11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점심 때쯤 진행될 예정이며, 최고인민회의 1차 회의는 이보다 반나절쯤 먼저 개최된다.

다만 이번 1차 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관련 ‘중대 결심’을 밝히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유화적 발언이 계속되고 있지만 김 위원장이 구체적으로 얻은 것도 없기 때문에 이번 회의에선 내부 문제가 주로 거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