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스포츠] 축구 재능도 부전자전?… 2세들 하기 나름이에요

축구 선수를 아버지로 둔 2세 축구선수들은 아버지의 명성에 버금가거나 넘어서는 활약을 펼치기도 하지만 유명세까지 유전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현역 시절 ‘중원의 마술사’ 등으로 불렸던 지네딘 지단(왼쪽) 레알 마드리드 감독과 첫째 아들인 엔조 페르난데스. AP뉴시스
 
피에르 에메릭 오바메양(아스널)
 
르로이 사네(맨체스터 시티)
 
로멜루 루카쿠(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르헨티나 대표팀 출신으로 100경기 넘게 출전한 디에고 시메오네(왼쪽)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감독과 아들 지오반니 시메오네. AP뉴시스


지네딘 지단(47) 레알 마드리드 감독의 네 아들은 모두 축구선수다. 둘째인 루카 지단(21·레알 마드리드)이 지난 1일(한국시간) 홈구장 데뷔전을 치렀다. 주전인 티보 쿠르투아의 부상, 케일러 나바스의 A매치 피로를 감안한 깜짝 출전이었지만 감독의 아들인 만큼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루카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뛴 세 번째 지단 패밀리였다. 그의 형 엔조(24·FC 로잔 스포르트)는 아버지가 감독으로 있던 2016-2017 시즌 레알 마드리드 소속으로 국왕컵에서 뛴 적이 있다.

유럽 축구에선 지단 형제처럼 축구선수 아버지를 둔 선수들이 적잖다. 아버지에 비해 아들이 더 유명한 선수로 성장한 경우도 있지만 아들이 아버지의 명성에 미치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축구선수 2세들은 누구보다 쉽고 빨리 축구를 접하지만 아버지의 명성이 때론 부담이 되기도 한다.

피에르 에메릭 오바메양(30·아스널)은 현역 축구선수 2세 중 가장 활발한 득점포를 가동하고 있다. 오바메양의 아버지는 1982년에 프로에 데뷔해 2002년 은퇴한 미드필더 피에르 프랑수아 오바메양(54)이다. 프랑스 리그앙 등에서 선수생활을 했고, 가봉 대표팀 주장으로도 활약했다. 선수에서 은퇴한 후에는 AC밀란의 스카우터로도 일했다. 아들은 아버지가 있던 프랑스에서 축구를 시작해 AC밀란 유스팀을 거쳐 2011년 프랑스 리그앙 생테티엔과 계약을 맺고 이적했다. 보르시아 도르트문트 소속으로 분데스리가 득점왕에 오른 후 지금의 팀으로 옮겼다. 21세 이하 프랑스 대표팀에 속한 적도 있으나 아버지의 영향으로 가봉 대표팀으로 국제대회에 나서고 있다.

르로이 사네(23·맨체스터 시티) 역시 세네갈 대표팀 출신의 아버지를 뒀다. 사네의 아버지 술레이만 사네(58)는 4살 때 프랑스로 건너온 후 외교관이었던 부친의 반대를 무릅쓰고 축구를 선택했다. 85년 분데스리가 2부리그 프라이부르크를 통해 프로에 데뷔했다. 이후 90년 분데스리가 SG 바텐샤이트 09와 계약하며 분데스리가에서도 활약했다. 스트라이커로 뛴 술레이만 사네는 1987-1988 시즌 분데스리가 2부리그 득점왕에 오르는 등 남다른 골 감각을 자랑했다. 아들도 스피드가 강점이지만 아버지 역시 100m를 10.7초 만에 주파하는 스피드를 바탕으로 많은 골을 뽑아냈다. 분데스리가에서 인종차별을 겪기도 했지만 부당함에는 적극 대응하는 선수였다. 스포츠 전문매체 ESPN에 따르면 아내에 대해 부적절한 질문을 하는 기자를 머리로 들이받은 적도 있었다. 아내는 1984 LA올림픽 리듬 체조 동메달리스트인 레지나 베버로, 르로이 사네를 포함해 3명의 아들을 뒀다.

로멜루 루카쿠(26·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아버지 로저 루카쿠(52)를 뛰어넘어 스타로 발돋움했다. 로저 루카쿠는 콩고민주공화국(옛 자이르) 출신으로 벨기에와 터키 리그에서 선수생활을 했지만 빅리그에선 뛰진 못했다. 세리에A 라치오에서 뛰고 있는 조던 루카쿠(25)도 그의 아들로, 두 아들을 모두 빅리그 소속의 축구 선수로 키웠다.

현재 유럽에서 가장 핫한 선수 중 한 명인 킬리안 음바페(21·PSG)의 아버지도 카메룬 출신으로, 아마추어 선수 및 지도자로 활동한 적이 있다. 에당 아자르(28·첼시)는 부모가 모두 축구선수였다. 아버지는 벨기에 2부리그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동했고, 어머니는 벨기에 여자 1부리그에서 스트라이커로 뛰었다. 에당 아자르의 동생 토르강 아자르(26·묀헨글라트바흐)를 포함해 네 명의 아들이 모두 축구 선수다.

유명 스타였던 아버지의 명성에 걸맞은 경력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2세들도 있다. 지오반니 시메오네(24·피오렌티나)는 아버지이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감독인 디에고 시메오네(49)의 명성에 어울리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공격수인 아들과 달리 수비형 미드필더였던 아버지는 라 리가, 세리에A를 무대로 활동했다. 디에고 마라도나보다 많은 A매치 출전 기록을 갖고 있다.

아들 시메오네의 팀 동료인 페데리코 키에사(22) 역시 프로무대에서 203골을 기록한 아버지 엔리코 키에사(49)에 이어 스트라이커로 성장하고 있다. 이밖에 오렌지군단 네덜란드 대표팀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활약한 패트릭 클루이베르트(43)의 아들 저스틴 클루이베르트(20)도 AS로마에서 뛰고 있다.

반면 아버지의 레전드급 활약에 비춰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지단의 장남 엔조가 대표적이다. 그는 레알 마드리드를 통해 성인 무대에 데뷔했으나 2017년 팀을 떠났고, 이듬해에는 라 리가를 떠나 스위스로 활동무대를 옮겼다. 지난해 7월부터 스페인 세군다 디비시온(2부 리그) 소속의 라요 마하다혼다에 임대됐다. 공식 선수명으로는 어머니 성을 딴 엔조 페르난데스를 쓰고 있다.

브라질 축구 ‘왼발의 달인’인 히바우두의 아들 히바우지뉴(24) 역시 아버지의 이름이 더 높아보이는 경우다. 브라질 리그를 통해 데뷔했으나 유럽 무대로 와선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포르투갈 보아비스타에서 뛰다 현재는 불가리아 클럽 소속으로 루마니아 팀에 임대됐다.

이탈리아 축구의 전설 말디니 가문의 장자인 크리스티안 말디니(23)도 가문의 명성에 부합하는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AC밀란 유스팀에서 수비수로 성장했지만 AC밀란에서 데뷔하지 못했다. 현재는 이탈리아 세리에C(3부리그)에서 선수생활을 하고 있다. 이에 비해 동생 다니엘 말디니(18)는 이탈리아 18세 이하 대표팀에 최근 합류하는 등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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