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6일)은 한식(寒食)입니다. 2600여년 전 중국 춘추시대 진(晉)왕 헌공이 죽었습니다. 아들 ‘중이’가 집안싸움으로 왕위를 잇지 못하고 국외를 오래 떠돌다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귀국해 왕이 됐지요. 문공입니다(그때는 천자의 나라 주<周> 외 제후국은 왕이라 칭하지 못하고 공<公>이라 했음). 중이 일행이 방랑 걸식생활을 할 때 개자추는 제 허벅지살을 떼어 중이에게 먹일 만큼 충심을 다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왕이 된 중이가 홀대하는 데다 측근들의 자리다툼에 환멸을 느낀 개자추는 깊은 산에 숨어버렸지요. 문공이 아차, 하고 개자추를 불러오게 했으나 찾을 수 없자 뜨거우면 뛰쳐나올 것으로 생각하고 산에 불을 놨습니다. 문공은 배신과 탐욕과 아부를 비웃으며 깨끗이 재가 된 그를 기려 그날은 화식(火食)을 금했다는데, 한식의 유래라고 전해집니다. 개자추가 숨어든 산이 산시(山西)성의 면산인데 거기 개자추 사당에선 지금도 성대한 한식 행사가 열린다지요. 일찍이 고려시대에도 그날 관원들에게 휴가를 줘서 성묘하도록 했다 합니다. 한식날 사초(莎草)를 하고 절기제사를 지내는 연유이겠지요. 청명(淸明)은 24절기의 하나로 한식 하루 앞입니다. 6년마다 한식과 겹치지요. 봄이 푸르러지고 하늘이 맑아지는 시절이란 의미의 이름입니다.
“어음 만기를 사흘 연장해 준다고? 에이,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 자금 융통이 힘든가 봅니다.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는 한식과 청명은 하루밖에 차이가 안 나므로 하루 먼저 죽으나 뒤에 죽으나 같다는 뜻으로 별 차이 없는 걸 비유할 때 쓰는 말입니다. ‘그게 그거’라는 의미지요.
서완식 어문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