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래퍼 김효은과 브래디스트릿이 대중으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두 사람이 함께 작업해 지난달 30일 출시한 김효은의 신곡 ‘머니 로드’에는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표현이 담겼다. 여성 혐오와 특정 종교에 대한 모욕도 포함됐다. 음악팬들의 지적이 집중된 브래디스트릿의 가사뿐만 아니라 김효은의 가사에도 욕설과 약자들을 향한 비하가 들어 있었다. 비판이 잇따르자 음원사이트에서는 이 신곡이 사라졌고, 두 래퍼는 SNS를 통해 사과했다.
원성이 쏟아진 브래디스트릿의 가사는 이렇다. “메갈×들 다 강간/ 300만 구찌 가방/ 니 여친 집 내 안방/ 난 절대 안 가 깜빵/ 내 변호사 안전빵/ 내 이름 언급하다간 니 가족들 다 칼빵” 페미니스트 여성을 범하고, 자신한테 대드는 사람의 가족들을 칼로 찌르겠다면서 연신 타인을 조롱하고 위협한 내용이다. 난잡하고 추악하기 그지없다.
김효은 이전에도 다수의 래퍼가 불쾌한 가사로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아이돌 그룹 위너의 송민호는 2015년 방송 프로그램 ‘쇼미더머니’(엠넷)에 출연했을 때 자기 앞에서는 많은 여성이 산부인과에서 진찰을 받는 임신부처럼 다리를 벌린다는 의미의 가사를 써서 빈축을 샀다. 이듬해 블랙넛은 ‘펀치라인 애비 2’에서 철저하게 여성을 향락의 도구로 치부해 네티즌의 지탄을 받았다. 2017년 창모는 과거에 낸 비공식 음원 ‘소녀’에서 자신이 다닌 고등학교 여학생을 성욕 해소의 대상으로 묘사한 게 밝혀져 논란이 됐다.
크게 불거지지 않았을 뿐 힙합계에는 이들 노래 말고도 욕설은 기본에, 누군가를 희롱하고 공격하는 폭력성 짙은 노래가 넘쳐 난다. 힙합의 태생적 특징 때문이다. 힙합은 래퍼들 간의 랩 대결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시합’에 참여한 래퍼들은 상대 래퍼보다 자기가 더 잘났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부유하다는 허풍을 늘어놓거나 상대방 자존심을 깔아뭉개는 말을 뱉었다. 흔히 ‘스웨그’라고 일컫는, 힙합 특유의 유치하고 과격한 허세 놀음이 이렇게 정착됐다.
1980년대 중반 이후 갱스터 랩이 부상하면서부터는 여성을 멸시하는 가사가 늘었다. 래퍼들은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간주하고 저속한 단어로 남성으로서의 우월감을 나타냈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힘이 약하고 대체로 사회적 지위가 낮기에 유희의 소재로 활용한 것이다.
많은 힙합 애호가가 이런 내용을 힙합 특유의 문화라면서 옹호한다. 하지만 남의 인격을 짓밟고 특정 계층을 희화화하는 놀음은 결코 바람직한 문화가 될 수 없다. 문화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패악에 지나지 않는다.
이번 일은 힙합에 대한 인식 재고의 필요성을 환기시켰다. 힙합 뮤지션들과 음악팬들은 그동안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힙합의 폭력성과 비윤리성을 이제라도 배격해야 한다. 인간의 존엄성을 유린하는 짓은 부도덕한 행위이며 범죄다. 이 악습을 버리지 못하면 힙합은 불량배들의 ‘구강(口腔) 변소’일 뿐이다. 반성과 변화가 절실하다.
한동윤<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