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는 가라/ 4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시인 신동엽(1930~1969·사진)이 역사의 허울은 사라지고 그 본질만 남기를 바라며 썼던 유명한 시 ‘껍데기는 가라’다. 민중의 저항 의식을 강렬한 시로 표현했던 그가 세상을 떠난 지 반세기가 흘렀다.
신동엽기념사업회는 올해 시인의 50주기를 맞아 ‘신동엽 산문전집’(이하 창비) 등을 출간하고 ‘시인, 전경인(全耕人), 신동엽’을 주제로 추모행사를 연다. 사업회 이사장인 강형철 시인은 최근 서울 마포구 창비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동엽의 시정신 ‘전경인’은 인문적 농경자다. 문명을 생명의 논리로 갈아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창조자”라고 말했다.
‘신동엽 시전집’(2013)에 이어 이번에 나온 산문전집은 그의 시정신을 담은 평론 ‘시인정신론’뿐만 아니라 1967~68년 그가 출연한 동양라디오 프로그램 ‘내 마음 끝까지’의 대본 22편이 새로 수록돼 평소 다정한 시인의 입담과 사상을 엿볼 수 있다.
시인은 한 대본에서 “너는 안이하게 살고 싶으냐. 값싸게 살고 싶으냐. 그렇다면 항상 군중 속에 머물러 있으라”라는 철학자 니체의 말을 인용하면서 “인생은 숙명적으로 고독합니다. …나는 나의 인생을 살아야 하고 당신은 당신의 인생을 살아야 합니다. 그리하여 그 고독이 우리 인간의 의지를 강하게 만들어줍니다”라고 말한다.
신동엽문학상 역대 수상자들이 참여한 신작 시집 ‘밤은 길지라도 우리 내일은’과 신작 소설집 ‘너의 빛나는 그 눈이 말하는 것은’에는 각각 고재종 등 20명과 공선옥 등 9명이 참여했다. 신동엽문학관 사무국장인 김형수 시인은 유튜브 채널 ‘김형수의문학난장’에서 시인의 삶과 시를 되짚어보는 유튜브 콘텐츠 100개를 만들 예정이다.
시인의 장남인 신좌섭 서울대 의대 교수는 “아버님이 돌아가신 뒤 20년은 아예 시집 출간이 금지돼 대중과 단절됐고, 이후 30년은 젊은 세대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장이 마련되지 못했다”며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아버지의 시정신이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살아가리라/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자락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유작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에 나오는 시구다. 사업회는 다양한 추모행사(표 참조)를 통해 이 시처럼 자유와 평화를 염원하며 미래의 희망을 노래한 시인의 문학과 삶을 조명한다. 고향인 충남 부여에서는 13일 전국 고교 백일장이 열리고, 9월에는 ‘신동엽 50주년 문학제’를 개최한다.
강주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