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훈(사진) 대통령 경호처장(차관급)이 청와대 경호처 시설관리 담당 계약직 여성 직원에게 관사 가사 업무를 시켰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청와대는 공적 업무의 일환이었다고 반박하는 한편 민정수석실을 통해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
일부 경호처 직원들은 8일 언론을 통해 경호처의 시설관리 담당 소속 A씨가 2017년 하반기부터 서울 종로구 경호처장 관사로 출근해 가족의 빨래와 청소 등 가사일을 담당해 왔다고 폭로했다. 또 가족 식사도 준비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A씨가 거절했다고 전했다.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의 공관병 갑질 의혹을 두고 사회적 비판이 비등하던 시기다. 이들의 폭로가 사실이라면 적폐청산을 내세운 문재인정부 청와대에서 위선적인 일이 벌어진 셈이다. A씨는 지난 3월 강원도 원주로 이사하면서 경호처 근무를 그만뒀다.
청와대는 그러나 A씨가 관사 1층 회의실만 청소했다며 공적 업무만 수행했다고 반박했다.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경호처장 가족이 밥을 해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없으며, 해당 직원이 빨래를 한 일도 없다”며 “경호처장 관사 1층은 회의실 등으로 사용되는 공적 공간으로 규정에 따라 담당 직원이 청소를 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의 지시로 민정수석실에서 관련 사실을 조사할 예정이다. 필요하면 정식 감찰에 착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 처장도 청와대에 “A씨를 가사도우미로 활용한 적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경호처의 채용 공고에 따르면 A씨가 담당한 시설관리 업무는 주차관리와 환경미화 업무를 병행토록 돼 있다. 관리 대상은 서울 종로·성북·강서구의 경호처 시설이며 무기계약직 또는 기간제근로자로 채용된다. A씨는 경호원들의 체력단련 시설인 종로구 연무관과 긴급출동시설, 처장 관사 1층 등을 담당했다는 게 경호처의 설명이다.
경호처 관계자는 “경호처 회의실이 있는 관사 1층은 공적 업무 공간이어서 환경미화를 담당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A씨는 관사에서 환경미화 외에 전기, 시설 등 타 업무 담당자들의 관리도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