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이나 지금이나 자동차는 기계다. 하지만 자동차가 갖는 의미는 달라졌다.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에서 다양한 편의를 즐길 수 있는 공간, 나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공간으로 진화했다. 자동차의 무대도 모터쇼에서 전자·정보기술(IT) 박람회로, 나아가 디자인·라이프스타일 전시회로 확장되고 있다. 미래차 기술에 감성이 더해진 결과다.
자동차업체들이 앞다퉈 디자인 및 패션업계,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와 손잡고 감성에 어필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오는 14일까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세계 최고 권위의 디자인 전시회 ‘2019 밀라노 디자인위크’에 참가한다고 9일 밝혔다. 미래 고객 경험전략(UX) 방향성인 ‘스타일 셋 프리’ 콘셉트가 적용된 공간, 그리고 예술작품을 선보이기 위해서다.
스타일 셋 프리는 운전자가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인테리어 부품과 하드웨어기기, 상품 콘텐츠 등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맞춤형 모빌리티 솔루션이다. 현대차는 밀라노 디자인위크 기간 동안 영국의 라이프스타일 잡지 ‘모노클’과 협업해 라운지를 운영하고 ‘모노클 팟캐스트 라이브 24’ 공개방송도 진행할 예정이다.
기아자동차는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텔루라이드’를 지난가을 미국 뉴욕 패션위크에서 깜짝 공개했다. 텔루라이드는 미국 아티스트 레이디 가가의 패션 디렉터로 활동 중인 디자이너 겸 사진작가 브랜던 맥스웰과 협업해 차량 외장을 꾸며 패션업계의 시선을 끌었다. 기아차는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구 소재 브랜드 복합문화공간 비트360에서 사단법인 한국패션문화협회와 함께 ‘2018 국제 패션아트 비엔날레 인 서울’을 개최하기도 했다.
캐딜락코리아는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탄생해 1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성장해 온 문화적 상징성, 브랜드가 가진 과거의 감성과 현대적 요소의 결합을 보여주기 위해 국내 솔(soul) 음악을 대표하는 아티스트 나얼과 음악·예술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트렌드는 완성차업계뿐만 아니라 타이어업계에서도 나타난다. 한국타이어는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라이프스타일 및 패션 브랜드 ‘피치스’와 올해 초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운전자의 개성을 나타낼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타이어의 기획, 설계, 디자인 개발, 제작 등을 함께하기 위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디자인과 UX는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실제 경험하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고객들에겐 업계의 다양한 시도가 브랜드의 디자인 방향성, 철학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