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목표는 20승입니다. 부상 없이 한 시즌을 보내고 싶다는 의미입니다.”
지난 1월 미국 출국을 앞두고 남긴 이 다짐은 세 번째 등판 만에 지킬 수 없게 됐다. LA 다저스 류현진(32)이 지난해 다친 왼쪽 사타구니 부상이 재발해 통산 9번째 부상자명단(IL)에 오르게 됐다.
류현진은 9일(한국시간)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했다. 메이저리그 통산 100번째 등판인데다 개막전 승리를 포함해 첫 두 경기에서 쾌투하며 2승을 따냈기에 이날도 그에 대한 기대는 컸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세인트루이스로 이적한 ‘천적’ 폴 골드슈미트와의 승부도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류현진의 투구는 길지 않았다. 1회초 다저스가 2점을 선취한 직후인 1회말 골드슈미트에게 볼넷을 내준 뒤 마르셀 오주나에게 좌월 투런 홈런을 맞아 동점을 허용했다. 2-2인 2회말 손쉽게 투아웃을 잡았으나 상대 투수 마일스 마이콜라스를 상대로 초구를 던진 뒤 다리 상태를 확인하고 벤치 쪽에 더 이상 투구가 불가능하다는 신호를 보냈다. 곧바로 달려나온 데이브 로버츠 감독과 대화를 나눈 류현진은 결국 마운드를 내려왔다. 34구 만이다. 다저스는 3대 4로 역전패했다.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은 2.08에서 3.07로 올랐다.
다저스는 “류현진이 왼쪽 사타구니에 부상을 입었다”고 발표했다. 왼쪽 사타구니는 류현진이 지난해 5월 경기 중 통증을 느껴 강판된 뒤 3개월간의 재활이 필요했던 부위다.
류현진은 경기 뒤 “처음에는 아프지 않았는데 2회 경미한 통증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상 재발이 겁났지만 지금은 괜찮다. 내일도 똑같이 운동할 수 있다”며 “지난해 다쳤을 때는 최악의 상태였는데 트레이너들도 그때와는 다르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로버츠 감독도 “명백히 IL에 올려야하는 상황”이라면서도 “(빠른 자진 강판은) 현명한 대처였다”고 전했다.
하지만 심각성과는 별개로 부상 재발은 나쁜 신호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데뷔 해인 2013년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매년 부상을 당했다. IL에 오른 것만도 이번까지 9번째다. 2015년에는 통째로 한 해를 쉬었고 2016년에도 단 1경기에 나오는 데 그쳤다. 2017년이 돼서야 100이닝 이상을 던졌지만 지난해를 포함해 3번 더 IL에 등록됐다. 사실상 ‘유리몸’에 가깝다. 같은 부위에서 다시 부상을 입음에 따라 류현진이 추후 등판 때 집중해서 투구할 수 있을지조차 우려되는 상황이다.
류현진은 올 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어느정도 실력이 검증된 류현진이 미국에서 저평가를 받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의 내구성이다. 따라서 올 시즌을 건강하게 치러내는 것은 ‘FA 대박’의 기본 조건이었다. 류현진의 몸상태는 팀뿐 아니라 자신의 미래에도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