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11일(현지시간)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에 나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목표는 북·미 비핵화 협상의 재가동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한·미 정상이 처음 만나는 자리다. 잠시 시동이 꺼진 북한 비핵화 협상에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지 여부에 따라 이번 회담의 성패가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 정상이 내놓을 해법에 따라 향후 북·미 협상의 방향과 속도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9일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완전한 비핵화 조치와 북·미 대화 복귀를 북한에 설득해 줄 것을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수용해 북한을 다시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유인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공조의 균열설을 불식하면서 ‘촉진자’로서의 문 대통령 역할에 기대를 걸 것으로 분석된다. 또 한·미 정상은 ‘톱다운 방식’ 대화로 ‘포스트 하노이’ 교착 국면을 타개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이 요구하는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는 ‘시기상조론’을 꺼내들며 부정적인 입장을 취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현 국면에선 북한에 선물을 주기보다 완전한 비핵화를 촉구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비핵화 방법론에 대한 북·미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시도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빅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단계적 접근법’을 버리지 않고 있다. 한·미 정상이 이 시각차를 좁힐 수 있는 절충점을 끌어낼 수 있는지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한국 정부가 최근 ‘제3의 안’으로 꺼내는 ‘굿 이너프 딜(충분히 괜찮은 합의)’과 ‘조기 수확론’에 대해서도 의견 조율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미 정상은 북한으로부터 영변 핵시설 외에 ‘플러스 알파’를 얻어낼 수 있는 묘안 마련에도 머리를 맞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11일 북한 최고인민회의 직후 개최되는 만큼 이 회의에서 나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메시지가 한·미 정상의 만남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의 대북 제재는 유지하면서도 “추가 제재는 없다”고 밝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김 위원장이 어떤 식으로 화답할지가 최대 변수다.
북한도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나올 결과물을 보고 북·미 대화 복귀 여부와 시점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 정상이 김 위원장이 만족할 만한 유인책을 이끌어낸다면 북한 비핵화 협상이 조기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제기된다. 그러나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여부 등과 관련해 한·미 정상의 견해 차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