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의 영건 김원중(26·사진)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이라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풀타임 선발 세 번째 시즌인 올해는 정교한 제구를 선보이며 노경은이 이탈한 롯데 선발진의 희망으로 우뚝 섰다.
원래 김원중은 구위는 좋지만 제구가 발목을 잡았던 투수다. 지난해 145⅓이닝을 던져 삼진은 137개 잡았지만 77개의 볼넷에 사구도 11개나 내줬다. 평균자책점은 6.94로 5.70을 기록한 풀타임 선발 첫 해(2017시즌)보다 오히려 퇴보했다. 제구가 되지 않으니 투구수가 늘어나 경기당 평균 5이닝도 던지지 못했다.
그런 김원중이 올 시즌 롯데 선발진을 이끌고 있다. 롯데는 올해 김원중이 선발로 등판한 세 경기를 모두 이겼다. 김원중도 2승을 챙겼다. 평균자책점은 2.04로 크게 낮아졌다. 김원중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항상 잘할 자신이 있었다. 결과가 안 나왔을 뿐이다”고 전했다.
지난해에 비해 가장 크게 변한 점은 변화구 제구다. 김원중은 “커브 등 변화구 제구에 겨우내 힘쓴 것이 좋은 영향을 끼쳤다”며 “제구가 되니 불필요한 주자를 내보내지 않아 수월한 투구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주형광 롯데 투수코치는 “좋은 구위를 어떻게 활용하는 지가 중요했다”며 “올 시즌은 변화구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잘 잡으니 이후 공격적 성향을 띨 수 있게 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개선된 제구력은 수치로 확연히 드러난다. 17⅔이닝을 던져 삼진을 18개 잡는 동안 볼넷을 2개밖에 내주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투구 이닝도 늘어났다. 시즌 첫 경기 5⅓이닝을 던진 그는 다음 등판에서 6이닝, 직전 등판인 지난 5일 한화 이글스전에서는 6⅓이닝을 책임졌다.
변화구 구사 비중도 크게 바뀌었다. 코칭스태프의 지시에 따라 지난해 25.7%에 달한 포크 비율을 16%로 줄였고 슬라이더(20.5%)와 커브(14.3%)의 비율은 늘렸다. 김원중은 “각 구종마다 던져야하는 타이밍이 있는 것 같다”며 “포크 한 구종에 의지하기보다 상황에 맞는 결정구를 던지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김원중의 성장에는 2005년 이후 14년 만에 롯데 지휘봉을 다시 잡은 ‘투수 전문가’ 양상문 감독의 지도도 한몫했다. 김원중은 “감독님이 공격적인 투구를 하라고 하셨지만 차분함도 강조하셨다. 감독님 지시로 명상도 하고 있다”며 “마운드에서 흥분하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니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말했다. 주 코치는 “지난 5일 한화전은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데도 2실점으로 막았다”며 “그런 경기도 호투할 만큼 성숙했으니 당분간 좋은 활약이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모든 것이 잘 풀리고 있는 올 시즌 초반 유일하게 나빠진 것은 구속이다. 직구 평균 구속(142.7㎞)이 지난해에 비해 1㎞ 정도 줄었다. 그러나 김원중은 “구속이 내려간 줄도 몰랐다”며 “추워서 그런 것 같다. 날이 따뜻해지면 다시 올라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선발 10승은 항상 이루고 싶었던 목표”라며 “10승뿐만 아니라 다치지 않고 이런 성적을 이어가고 싶다”고 다짐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