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히토(明仁) 일왕과 미치코(美智子) 왕비가 10일 결혼 60주년을 맞았다. 일본 왕실 역사상 첫 ‘다이아몬드 웨딩’이다.
일왕 부부는 이날 오전 왕궁인 ‘고쿄(皇居)’에서 가족 및 친지들과 아베 신조 총리 등 행정·입법·사법 3부 수장의 축하를 받았다. 지난 2월 즉위 30주년 축하 행사가 있었던 만큼 일왕 부부는 이날 오후엔 외부 행사 없이 가족과 조용히 보냈다고 일본 언론이 전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오는 30일 퇴위를 앞두고 있다. 그런 만큼 일본 언론은 일왕 부부의 결혼생활을 되돌아보는 기획 및 사진 기사를 일제히 내보냈다. 이미 일본 각지에서는 올 들어 일왕 부부 결혼 60주년 기념 사진전이 열리고 있고, 사진집도 판매 중이다.
일왕은 왕세자 시절이던 1957년 8월 나가노현 고급휴양지 가루이자와에서 열린 테니스대회에서 미치코 왕비를 처음 만났고, 59년 결혼했다. 닛신제분 창업주 딸인 미치코 왕비는 최초의 평민 출신 왕비다. 결혼 당시 귀족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왕실 내에서 구박도 받았지만 국민에게 친근감을 심어줘 왕실 이미지를 새롭게 하는 데 기여했다. 나루히토 왕세자와 후미히토 왕자 등 2남1녀를 낳은 미치코 왕비는 왕실 사상 처음으로 자식을 직접 양육했다.
아키히토 일왕 부부는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서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평생 ‘평화주의’를 고수하며 일본 우익들에게 소극적이나마 맞서왔다. 미치코 왕비는 남편을 조용히 내조했다. 일왕은 지난해 12월 퇴위 전 마지막 생일 기자회견에서 미치코 왕비에 대해 “저와 행보를 함께하고 내 생각을 이해하고 나의 입장과 의무를 지원해 왔다”며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한편 일본 정부가 전날 발표한 새 지폐 속 인물들과 관련해 일본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1만엔권에 그려질 새 인물인 시부사와 에이이치(澁澤榮一·1840~1931)에 대해선 ‘국가 자본주의의 상징’이라는 지적이 많다. 시부사와는 ‘일본 자본주의의 아버지’로 불리지만 국책회사와 군수산업 등 정경 유착으로 부를 축적한 인물이다. 이토 히로부미 조선 총독부 초대 통감의 친구이기도 했던 시부사와는 구한말 철도와 전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조선의 경제 침탈에 앞장섰다. 시부사와는 일본에서 ‘수신(修身)’이라는 이름으로 시행한 도덕 교육 교과서에 실렸었다. 하지만 수신 과목은 군국주의 사고방식을 주입하는 역할을 했다는 비판을 받고 전후 폐지됐다.
일본 언론들은 시부사와에 대한 한국 언론의 비판적 보도도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번 새 지폐 발행 계획이 기습적으로 발표된 것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아베 정권이 새 연호(레이와) 발표와 함께 지폐를 쇄신함으로써 ‘새로운 시대의 도래’ 이미지를 국민에게 전달해 올여름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 이슈를 띄우려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새 지폐 발행 계획은 아베 총리의 지지로 아소 다로 부총리 등 정권 핵심세력이 주도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