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홋스퍼의 ‘손샤인’ 손흥민(27)이 숱한 별들 사이에서 또 한번 존재감을 드러냈다. 새로 문을 연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두 경기 연속 골을 터뜨리며 팀에 챔피언스리그 8강 첫 승을 선물했다. 팀 주포 해리 케인이 뜻밖의 부상으로 시즌을 접을 것으로 예상돼 남은 기간 어깨도 더욱 무거워졌다.
손흥민은 10일(한국시간) 열린 2018-19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와의 1차전에서 후반 33분 결승 골을 터뜨려 1대 0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이날 득점으로 챔피언스리그 통산 10호 골을 달성한 그는 챔피언스리그에서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아시아 선수로도 이름을 올렸다. 국제축구연맹(FIFA)에 따르면 우즈베키스탄의 막심 샤츠키흐(41)가 11골을 넣어 손흥민에 1골 앞서있다.
이날 손흥민의 득점 이전까지 토트넘은 다소 불안했다. 전반 11분 대니 로즈의 핸드볼 파울로 맨시티에 페널티킥을 허용했지만, 위고 요리스 골키퍼가 슈팅 방향을 완벽히 읽으며 선방했다. 결정적인 기회를 잃은 맨시티는 공세를 더욱 높였다. 토트넘은 좀처럼 주도권을 잡지 못하며 점유율(41%-59%)에서 보듯 밀리는 경기 운영을 했다. 설상가상으로 케인이 후반 10분 파비안 델프와 충돌 후 쓰러지면서 승리는 더욱 멀어지는 듯했다.
위기의 순간 손흥민이 팀의 해결사로 떠올랐다. 골라인 쪽으로 흐른 패스를 받아낸 손흥민은 상대 수비수를 제친 후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득점을 만들어냈다. 라인 바깥으로 벗어나려 하는 공을 악착같이 살려낸 집념이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오프사이드 및 라인 아웃 여부를 판정하기 위해 비디오판독(VAR)이 진행됐지만 골로 인정됐다.
현지 언론들은 “토트넘이 케인 없이도 맨시티를 무너뜨렸다”며 제 몫을 다한 손흥민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가디언은 “손흥민의 독자적 노력으로 승리를 얻어냈다”라고 평했다. UEFA는 경기 최우수선수(MOM)로 손흥민을 선정했다.
시즌 남은 경기에서 손흥민에 대한 의존도 역시 높아질 전망이다. 이날 발목을 다친 케인이 시즌 아웃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경기 후 “케인은 발목이 뒤틀리며 인대를 다친 것 같다. 남은 경기를 뛰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팀 입장에선 프리미어리그 ‘톱4’ 경쟁이 가열되는 데다 챔피언스리그 일정도 소화해야 해 케인의 이탈이 반갑지 않다. 리그 6경기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토트넘은 승점 64점으로 4위에 올라 있다. 3위부터 6위까지 승점 차가 5점에 불과해 언제든 순위가 뒤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18일 열리는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원정도 맨시티가 전력투구할 것으로 예상돼 4강 진출을 낙관할 수 없다.
하지만 비관적으로만 볼 상황도 아니다. 올해 초 부상을 입은 케인이 한 달 넘게 결장했을 때 손흥민과 나머지 선수들이 빈 자리를 메우며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당시 손흥민은 4경기 연속 득점을 터뜨렸고, 토트넘은 4연승을 달렸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케인과 손흥민은 득점할 수 있는 중앙에서 움직임이 다소 겹치곤 했다. 케인이 빠진다면 손흥민이 더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튜어트 피어스 전 맨시티 감독도 “케인이 없을 때 손흥민은 상대의 뒤로 달려나갈 자격을 얻는 듯하다”고 평가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