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천연기념물 제155호 울진 성류굴에서 신라시대부터 통일신라시대, 조선시대에 이르는 다양한 각석(刻石) 명문(사진) 30여개를 확인했다고 11일 밝혔다. 동굴 안에서 명문이 발견된 사례는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명문은 석주와 석순, 암벽 등에 오목새김(음각)돼 있는데 글자 크기는 다양하며, 대부분 해서체(楷書體·자형이 똑바른 한자 서체)로 쓰였으나 행서(行書·약간 흘려 쓴 한자 서체)도 일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종유석 등에는 ‘貞元 十四年(정원 14년)’ 등 구체적인 시기를 알 수 있는 명문 여러 개와 ‘林郞(임랑)’ 등 다수의 화랑 이름이 새겨져 있다. ‘정원 14년’은 중국 당나라 9대 황제 덕종의 연호가 ‘정원’인 점으로 보아 서기 798년, 신라 원성왕 14년인 것으로 추정했다.
또 화랑 이름인 ‘共郞(공랑)’ 등이 새겨진 것으로 미뤄 성류굴이 화랑들이 찾아오는 명승지이거나 수련장소로 활용됐을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은 한국 고대사 자료가 희소한 상황에서 이번에 확인된 다양하고 수많은 명문들은 신라의 화랑제도와 정치 사회사 연구 등을 위한 중요한 사료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또 모래시계 모양의 ‘ ’(五, 다섯 오)자도 3개나 발견돼 서예사적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조선시대에 울진현령을 지낸 인물인 ‘李復淵(이복연)’이라는 인명도 발견됨에 따라 삼국시대부터 통일신라, 그 이후 조선시대까지 여러 사람이 오랜 시간 오가며 계속해서 글자들을 새겼을 것으로 추정했다.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