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이 제출한 아시아나항공 자구계획이 하루 만에 ‘퇴짜’를 맞았다. 채권단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에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KDB산업은행 등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은 “지난 10일 채권단회의 결과 금호 측의 자구계획에 사재(私財) 출연, 유상증자 등 실질적 방안이 없어 미흡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11일 밝혔다. 사실상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 회장 일가의 퇴진, 아시아나항공 매각까지 불사하는 ‘특단 조치’를 요구한 것이다.
산업은행은 “금호 측이 요청한 5000억원을 채권단이 지원한다 해도 향후 채권단이 추가로 자금을 투입해야 할 부담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구안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금호 측에 전달했으며, 향후 채권단과 긴밀히 협의해 관련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금호 측은 지난 9일 박 전 회장 일가의 금호고속 지분을 모두 채권단에 담보로 내놓겠다는 내용의 자구안을 채권단에 제출했다.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등 자산을 팔고, 박 전 회장은 경영 일선에 복귀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다만 그룹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에 대해서는 ‘3년간 경영 정상화 계획을 달성하지 못하면 매각해도 좋다’는 단서를 붙였다. 금호 측은 자구계획에 대해 “그룹의 모든 것을 건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채권단과 금융 당국의 반응은 싸늘했다. 실제 금호 측 자구계획을 검토하기 위해 모인 채권단 분위기는 무거웠다고 한다. 자구계획이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담보로 제공하겠다는 금호고속 지분이 박 전 회장의 부인과 딸이 보유한 4.8%에 그치는데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3년이란 조건을 단 것이 ‘시간 끌기’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최 위원장은 11일 신한퓨처스랩 제2 출범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박 전 회장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퇴진하겠다고 했는데, 다시 3년의 기회를 달라고 하는 게 무슨 의미냐”고 지적했다. 이어 “그동안 아시아나항공에 30년 가까운 시간이 주어졌었다. 채권단의 지원 기준은 대주주가 아닌 아시아나항공을 살리기 위한 것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은행 등 9개 은행으로 구성된 채권단은 금호아시아나그룹 측과 추가 협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채권단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재무구조개선 약정(MOU)은 다음 달 6일까지 연장된 상태다. 산업은행 측은 “좀 더 나은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