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위헌 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7년 만에 바뀐 이유로 헌법재판관 구성이 과거와 달라진 점도 꼽히고 있다.
2012년 선고 당시 합헌 의견에 손을 들었던 재판관은 김종대·민형기·박한철·이정미 재판관이었다. 이들 중 김종대·민형기·이정미 전 재판관은 모두 이용훈 전 대법원장의 지명으로 재판관이 됐다. 박한철 전 재판관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명했다.
헌법재판관은 모두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9인 중 3인은 국회의 추천을 받고 또 다른 3인은 대법원장의 지명을 받아 임명한다. 때문에 임명한 대통령이 누구인가 하는 점은 물론, 추천 혹은 지명을 누가 했느냐에 따라 ‘재판부 성향’이 달라질 수 있다.
2012년 당시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은 이강국 당시 헌재소장과 송두환·이동흡·목영준 재판관이었다. 이 전 소장과 송 전 재판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명했고 목 재판관은 여야 합의 추천으로, 이 전 재판관은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의 추천으로 재판관에 임명됐다.
유남석 소장이 이끄는 현재의 ‘6기 헌재’는 과거보다 진보적 성향이 강해졌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 낙태죄와 관련해선 유 소장을 비롯해 이은애·이영진 재판관은 지난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낙태죄 조항의 개정 필요성을 밝히기도 했다.
11일 선고에서 단순 위헌 혹은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재판관은 유 소장을 포함해 7명이다. 이들 중 단순 위헌 의견을 낸 이석태·이은애·김기영 재판관은 모두 지난해 임명됐다. 2012년 선고 때는 대법원장이 지명한 재판관들이 모두 합헌 의견을 냈지만 이날 선고에선 공교롭게도 대법원장이 지명한 재판관들이 모두 위헌 취지 의견을 냈다.
안대용 기자 dan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