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는 항상 새로우면서도 시대에 맞는 것을 창조해야 합니다. 그래서 나이가 들고 경력이 쌓일수록 오히려 감각은 떨어질 수 있는데, 그런 면에서 늙지 않고 오래 디자인을 하고 싶어요.”
BMW 7세대 ‘뉴 3시리즈’ 미디어 시승회가 열린 11일 경기도 양평의 한 레스토랑에서 제품 인테리어 디자인을 총괄한 김누리(34)씨를 만났다. 3시리즈는 BMW 자동차 중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리는 모델이다. 김씨는 BMW 인테리어 디자이너 중 프로젝트 디자인 총괄을 맡은 최초의 여성이자 최초의 한국인이다.
김씨는 처음엔 사실 우주선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우주선은 엔지니어들의 영역이었다. 그러다 실제로 사람들이 이용하는 운송수단인 자동차를 디자인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운송수단 디자인을 공부하기 위해 독일로 유학을 떠나면서 BMW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김씨는 “지난 2009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BMW가 선보인 ‘이피션트 다이내믹스’ 콘셉트카에 매료돼 인턴십에 지원했다”면서 “인턴으로 입사했을 때 멘토가 바로 존경하고 만나보고 싶었던 이피션트 다이내믹스 콘셉트카의 인테리어 디자이너였다. 운명적이었다”고 회상했다.
모든 프로젝트의 메인 디자이너는 치열한 내부 경쟁을 통해 정해진다. 2012년 BMW에 입사한 김씨는 이듬해에 ‘M4 GTS’ 모델의 인테리어 메인 디자이너 자리를 거머쥐었다. 그리고 2014년, 이번에 공개된 7세대 3시리즈 개발을 위한 경쟁이 시작됐다. 3회 토너먼트 방식이었다. 김씨는 “1차로 제출한 테마 스케치 평가에서 합격한 사람들은 2차 디지털 방식의 자동차 디자인으로 대결했다”면서 “여기서 살아남은 최종 2명이 6개월간 클레이로 실제 양산이 가능한 기술을 적용한 차량 모형을 제작해 승부를 겨뤘다”고 설명했다. BMW의 DNA를 가지면서도 새로운 디자인을 찾는 것이 김씨의 목표였고, BMW도 그걸 원했다.
김씨는 욕심이 많다. 기계의 기본적인 구조를 알아야 더 좋은 디자인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자동차 정비학교를 다니고 정비사자격증도 땄다. 김씨는 “자동차 디자인을 전문적으로 할 때 기술적인 부분을 이해할 필요성이 있었다”면서 “내가 추구하는 디자인 방향을 피력할 때 기술적 지식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뉴 3시리즈의 인테리어 디자인 콘셉트를 한마디로 요약해달라고 하자 ‘간결함’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볼륨감을 강조해 육감적이지만 간결하고, 그러면서도 세부적으로는 매우 정교하다”면서 “여러가지 대조적인 느낌들이 공존한다”고 김씨는 강조했다.
양평=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