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워싱턴을 방문한 10일(현지시간) 대북 제재에 대해 유연성을 내비쳤다. 1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마이크 폼페이오(사진) 미 국무장관은 상원 외교위원회에 출석해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입증할 때까지 어떠한 제재도 해제해선 안 된다는 데 동의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그 부분에 있어서 약간의 여지를 남겨두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때로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특수한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다.
폼페이오 장관은 ‘여지’와 관련해 “때로는 비자 문제”라고 언급했으나 구체적으로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한 북한 여행금지 면제 등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이번 발언이 단순한 ‘립서비스’라는 주장도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북한 비핵화에 대한 검증이 완료될 때까지 이행 체제, 즉 핵심적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는 유지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추가 대북 제재를 위해 발의된 법안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에는 “개념적으로는 그렇다”면서도 “법안을 잘 알지 못한다”고 한발 뺐다.
폼페이오 장관이 한·미 정상회담 전날 대북 제재에 유화적 발언을 내놓아 미 정부의 전반적인 스탠스가 강경론에서 전환한 것 아닌가 하는 분석이 제기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북 제재에 대해 온건한 입장을 취한다면 북·미 대화가 조만간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고개를 들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평양 외곽으로 시선을 돌린다면 제재가 매우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북한 경제는 올해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대북 제재에 구멍이 있음도 시인했다. 그는 “중국이 대북 제재를 불완전하게 이행해온 점도 인정하고 선박 대 선박 (불법) 환적이 여전히 이뤄지고 있는 점도 인정한다”면서 “그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 때에 비해 석탄과 연료, 자원의 북한 유출입이 훨씬 줄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을 ‘불량 정권(rogue regime)’으로 지칭하면서 “불량 정권들은 (다루기) 어렵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데이비드 비슬리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을 만나 대북 식량지원 문제를 논의했다. 미국이 대북 식량지원에 대한 긍정적 입장을 취할 경우 북·미 대화 재개를 촉진하는 긍정적 신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