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기자의 치킨대학 실습기] ‘조심·신속’ 잊고 실수 연발… 1시간 겨우 4마리 조리



50대 퇴직이 당연하게 된 작금의 사회에서, 국민연금을 수령하게 되는 65세까지의 10여년간의 기간을 소득 공백이라고 부릅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모은 돈으로 이 10년을 버틸 수 있을까요. 답은 ‘아닙’니다. 퇴직자들이 레드오션임을 알면서도 치킨을 튀기게 되는 이유죠. 지난 12일,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비비큐 치킨대학에서 직접 황금올리브를 튀겨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단순한 쿠킹 클래스지만, 이 날만큼은 각오가 남다릅니다. 언젠가 튀기게 될 치킨이라면 미리 배워보는 것이 나쁘지 않겠지 하는 생각입니다.

재료는 생각보다 단촐합니다. 염지가 끝나 8조각으로 분리된 닭과 배터액(물반죽), 그리고 파우더가 담긴 그릇이 전부입니다. 치킨을 튀기는 과정은 더 간단합니다. 손질이 된 닭을 ① 배터액에 담갔다가 ② 파우더 가루를 묻힌 뒤 ③ 165℃ 기름에 10분간 튀겨내면 끝입니다.

“배터액과 파우더를 묻힐 때 집게를 사용해 주세요. 이 때 뼈 부분을 잡아서 옮겨야 합니다. 잘못하면 집게에 살이 찢어지거나 튀김옷이 떨어지거든요. 그렇게 되면 제품으로 판매할 수 없습니다.”

강사님의 말에 ‘튀길 때만 조심하면 되겠지’, 하는 생각은 사라집니다. 내가 해서 먹을 때야 상관없지만 팔아야 하는 물건이라면 이야기는 다르니까요. 시간을 정해준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한 마리 15분’이라는 목표를 세워봅니다.

조심스레 집게로 가슴살 부위을 집어 배터액을 살살 묻힌 뒤 다른 손으로 손목을 톡톡 두드립니다. 배터액이 골고루 묻게 함과 동시에 과도하게 묻어 튀김옷이 두꺼워지지 않게 하기 위함입니다. 너무 적게 묻으면 표면에 바삭한 ‘튀김꽃’이 피지 않습니다.

이제 파우더를 입힐 차례입니다. 파우더가 담긴 볼에 닭을 옮기는 순간, 반죽이 덜 묻은 붉은 속살이 눈에 들어옵니다. 눈을 질끈 감고 모른 척 합니다. 두 명의 교육생이 가루가 담긴 볼 앞뒤에 서서 번갈아 재료를 아래서부터 뒤집으며 골고루 묻힙니다. 갖가지 향신료가 들어간 파우더 탓에 재채기가 나옵니다.

파우더를 묻힌 닭을 양손에 들고 손등을 톡톡 맞부딪칩니다. 가루가 뭉치지 않게끔 털어내는 것이죠. 이러한 과정을 거친 뒤에야 닭들은 비로소 기름에 들어가게 됩니다.

“기름이 뜨겁다고 높은 위치에서 유조(기름기)에 떨어뜨리면 튀어서 오히려 크게 다칠 수 있습니다. 절반 정도 닭을 기름에 담근 후에 ‘살짝 놓는다’고 생각해주세요. 그렇다고 너무 천천히 넣으면 처음과 마지막 조각의 조리상황이 차이가 나게 되니 유의하세요. 2분이 지나면 닭들이 서로 붙지 않도록 저어서 떨어뜨려 주셔야합니다.”

아차, 뼈를 집어야 하는데. 급한 마음에 집게로 두꺼운 살 부분을 집어 기름에 넣다가 파우더가 벗겨집니다. 10분에 맞춰진 타이머를 작동시키고 다른 조각들을 조심스럽게 넣자 고소한 냄새가 훅 올라옵니다. ‘조심하면서도 서둘러야 한다’는 말이 떠오르면서 마음이 더욱 급해집니다. 닭을 다 넣지도 않았는데 2분이 지납니다. ‘망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두꺼운 조각은 꾸욱 눌러가며 피를 빼야 해서 유조 앞을 떠날 수가 없습니다. 10분간 맛있는 갈색으로 튀겨진 치킨을 건져 채에 올립니다. 치킨이 완성됐지만 쉴 틈은 없습니다. 채에서 1분 동안 기름이 빠지기를 기다리면서 포장 상자를 접어야하기 때문입니다. 기름이 빠진 치킨을 완성된 상자에 담은 뒤 미리 세팅해둔 물티슈, 콜라, 젓가락 등과 함께 봉투에 넣습니다. 비로소 상품으로서의 ‘치킨’이 완성됩니다.

총 걸린 시간은 30여분이었습니다. 양념치킨은 여기에 양념으로 버무리는 과정이 추가돼 시간이 더 소요됩니다. 중간중간 실수한 탓에 튀김옷이 벗겨진 조각이 눈에 띕니다. 주문 후기에 별 반개와 함께 엉망이라는 클레임이 남겠죠. 등골이 서늘해집니다.

치킨집은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가 피크타임입니다. 올림픽이나 축구경기 등 특별한 날이 아닌 이상, 이 시간대에 하루 주문의 90%가 몰리죠. 50수에서 심한 경우 70~90수까지도 튀겨내야 합니다. 단순 계산으로 유조 하나 기준 한 시간에 8수에서 15수를 튀겨내야 합니다. 그러나 직접 튀겨본 결과, 시간당 4마리가 한계였습니다. 그마저도 상품으로 팔 수 있는 것은 두 마리였습니다.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자 순식간에 현실로 돌아옵니다. 성공한 자영업자, 대박 치킨집의 꿈은 덧없는 한 낮의 호접몽이었습니다.

조현우 쿠키뉴스 기자 akg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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