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 의혹에 대한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수사결과 보고서 편집본이 18일 오전(현지시간) 의회에 제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특검 수사결과 보고서 공개와 함께 취임 이후 따라다니던 러시아 스캔들의 족쇄에서 벗어나 대선 재선 가도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백악관과 법무부가 보고서 공개와 관련해 사전 조율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민주당에서 원본 확보를 위한 절차를 밟겠다고 밝히는 등 정쟁이 한층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날 법무부가 제출한 보고서는 특검이 제출한 약 400쪽 분량 보고서 원본 가운데 대배심에 제시한 정보, 미 연방수사국(FBI) 및 동맹국 관련 기밀자료, 사생활 관련 정보 등 공개가 부적합하다고 판단된 내용을 수정·삭제한 편집본이다. 편집본이지만 지난달 의회에 제출된 4쪽짜리 보고서 요약본에는 담기지 않은 세부사항이 포함돼 있는 만큼 이목이 집중된다. CNN 등 미 언론은 “내용에 따라서는 만만치 않은 정치적 폭발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지난달 24일 특검팀의 양대 수사 대상인 러시아와의 공모 의혹과 사법방해 의혹에 대해 사실상 정치적 면죄부를 주는 4쪽짜리 보고서 요약본을 하원에 제출했다가 수사 결과를 왜곡했다는 민주당과 언론의 비판을 받아왔다. 바 장관은 당시 특검이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 사이에 공모는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관련 수사를 방해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했다고 밝혔다. 이어 로드 로젠스타인 부장관과 함께 관련 증거를 검토한 결과 사법 방해는 없었다고 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전문을 공개해도 상관없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특검 자체가 민주당 측의 누명으로 시작됐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해 왔다. 바 장관은 지난 10일 상원 청문회에서 대선 기간 미 연방수사국(FBI)의 트럼프 캠프 수사와 관련해 “스파이 활동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조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러시아 스캔들을 제기한 민주당에 대한 수사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하지만 바 장관의 보고서 요약본에 대해 뮬러 특검 수사관들이 불만을 제기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내용이 적지 않았는데도 바 장관이 모두 제외했다는 것이다. 특히 2017년 5월 제임스 코미 당시 FBI 국장이 해임된 과정, 러시아가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벌인 정보전의 현황, 폴 매너포트 전 선거대책본부장 등 특검이 기소한 트럼프 대통령 측 인사들의 활동 내용이 공개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법무부가 제출하는 편집본을 꼼꼼히 들여다보면서 보고서 원본 확보를 위한 절차를 병행할 예정이다. 민주당 소속인 제럴드 내들러 하원 법사위원장은 이르면 22일 보고서 원본과 각종 증거를 제출하라는 소환장을 발부하기로 했다. 공영 TV·라디오 방송 PBS와 NPR 여론조사에서도 미 국민 다수가 보고서 전문 공개와 뮬러 특검 및 바 법무장관의 의회 진술을 원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이날 보고서 편집본 제출을 앞두고 백악관과 법무부가 사전 조율했다고 폭로했다. 법무부 관료들이 최근 백악관의 변호사들과 만나 보고서 공개에 대비한 전략 수립을 도운 것은 중립성과 투명성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이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