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 있었지만 분명 특별한 음악 예능 ‘슈퍼밴드’


 
4인조 밴드 더 로즈가 지난 12일 첫 방송된 JTBC ‘슈퍼밴드’에 출연해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방송화면 캡처


새로운 음악 예능 프로그램이 금요일 밤을 꿰찼다. 지난 12일 처음 전파를 탄 JTBC ‘슈퍼밴드’다. 이름이 언질을 주듯 해당 프로그램은 출연자들로 구성된 밴드 조직이 최종 목표다. 음악 경연 프로그램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슈퍼밴드’는 가수뿐만 아니라 연주자에게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색다른 기획이 반가웠으나 첫 방송은 아쉬움도 안겼다. 일부 참가자의 외모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드러머 김치헌이 무대에 설 때에는 ‘파워풀한 비주얼 드러머’라는 표현이 설명으로 깔렸다. 4인조 밴드 더 로즈한테는 ‘빌보드가 주목한 꽃미남 밴드’라는 소개가 붙었다. 프로듀서로 출연한 악동뮤지션 이수현도 몇몇 참가자에게 호감을 드러낼 때 생김새를 거론했다.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과 달리 ‘슈퍼밴드’는 뮤지션의 기량에 집중한다. 이 긍정적인 성격이 한국 사회에 깊이 뿌리박힌 외모지상주의에 의해 희석되는 듯했다.

군데군데에서 도드라진 학벌주의도 껄끄러웠다. 프로듀서들은 외국 유명 음대를 다닌 지원자가 무대에 올라올 때마다 어김없이 그의 학력을 화제로 삼았다. 이는 지원자의 음악 성향이라든가 활동 내력을 자세히 알기 위함일 것이다. 하지만 유학파들에게 학업에 관한 질문이 쏟아진 사실은 ‘간판’을 중시하고 숭상하는 태도로 비치기에 충분했다.

더군다나 예술은 돈이 많이 들어간다. 한국에서 음악을 해도 금전적인 압박이 크다. 외국에서 음악을 공부하는 것은 당연히 더하다. 유학을 가고 싶어도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아서 미련으로 남은 아마추어 뮤지션이 부지기수다. 유학생 출신과의 인터뷰 모습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이도 있지 않을까 싶다.

일종의 문화 사대주의도 감지됐다. 첫 회에는 총 12팀의 공연이 담겼다. 이 중 핑거스타일 기타리스트 이강호와 김영소가 자작곡을, 타악기 연주자 정솔이 한국 음악인의 작품을 연주했다. 나머지는 팝송, 또는 외국 작곡가의 곡을 선보였다. 프로듀서 중 한국계 미국인인 조한이 가요를 잘 몰라서 사전에 제작진이 참가자들에게 팝송을 선곡해 달라고 요청하지는 않았을 테다. 듣는 사람이 익숙하지 않은 곡을 연주하거나 불러도 좋은 실력은 티가 나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다수의 참가자가 팝송을 선택한 것은 외국 작품을 연주해야 ‘있어 보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물론 ‘슈퍼밴드’는 장점도 확실한 프로그램이다. 화제를 모으기 위해 어중이떠중이 다 불러들이는 일부 오디션과는 질이 달랐다. 모든 참가자의 재능이 뛰어났다. 편집도 공연을 중시했다. 이로써 시청자들은 호화로운 옴니버스 콘서트를 보는 느낌도 들었을 듯하다.

참가자들이 연주하는 악기와 추구하는 스타일이 다양하다는 사항은 프로그램의 으뜸 매력이다. 각 지원자가 마음에 맞는 사람과 만나 얼마든지 색다른 포맷의 밴드를 만들 수도 있다. 그 때문에 주류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독특한 퓨전 양식의 탄생도 기대해 볼 만하다. 음악적인 면에서만큼은 ‘슈퍼밴드’는 무척 흥미롭다. 괜찮은 프로그램이 나왔다.

한동윤<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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