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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폼페이오·볼턴 타깃 맹공 이유는 ‘노 딜’ 책임 떠넘기고 내부 충성 경쟁



북한이 마이크 폼페이오(사진 왼쪽) 미국 국무부 장관과 존 볼턴(오른쪽)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타깃으로 삼아 맹공을 퍼붓는 데 대해 미국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안보 최측근이자 북·미 비핵화 협상을 이끌고 있는 두 사람을 비난하는 것과 관련해 미국 정부 내에서 불쾌하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폼페이오·볼턴 때리기’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에 대한 책임 떠넘기기 성격이 강하다. 북한 실무진에게 쏟아질 수 있는 비난의 화살을 두 참모에게 돌리려고 애쓰는 것이다. 이들이 중간에 훼방을 놓아 하노이 정상회담이 ‘노 딜’로 끝났다는 것이 북한의 주장이다.

북한 입장에선 ‘남 탓’을 해야겠는데,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렸다가는 판 자체가 깨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진을 이간질시키려는 의도도 있다고 CNN방송은 지적했다.

북한 내부의 충성 경쟁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20일(현지시간) “폼페이오 장관이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독재자(tyrant)’라고 언급했었다”면서 “북한 고위 관리들 사이에선 김정은 위원장에게 무례를 범한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을 앞다퉈 비난하는 충성 경쟁이 불붙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이 북한의 ‘폼페이오 배제 요구’를 들어줄 가능성은 없다. 이번 요구는 폼페이오 흠집 내기가 목적일 뿐 북한도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장관을 뺄 것을 기대한 것 같지는 않다. 폼페이오 장관도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다”고 자신에 대한 배제설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나는 여전히 협상팀을 이끌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북한이 폼페이오·볼턴 때리기에 나서면서 교착 상태는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CNN방송은 폼페이오 장관은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지만 스티브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비롯한 미국 협상팀은 북한과의 소통 부족 속에 점점 더 큰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기를 누르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 비건 대표에 대한 신뢰를 공개적으로 표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북한이 추가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는 자제하면서 저강도의 소규모 도발을 감행하는 ‘수동적 공격성’이라는 새로운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이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면서도 어렵게 만들어진 대화 틀은 깨지 않는 수준의 도발로 전환했다는 설명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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