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공 출신의 자수성가 기업인이 탁월한 기능을 가진 가습식 공기순환기를 특허 등록해 주목받고 있다. 광주광역시 하남산단 4번로 ㈜지구 류명열(52·사진) 대표이사가 그 주인공이다.
순천공고를 졸업한 류 대표는 1988년 캐리어㈜에 입사한 이후 10년간 현장에서 기술실무를 익혔다. 험하고 궂은일부터 남들이 꺼려하는 먼 곳의 수리작업까지 자원해 도맡았고 그의 실무능력은 시나브로 늘었다. 많은 이들이 고개를 내젓는 냉동설비를 거뜬히 고쳐 주위를 놀라게 했고 고철로 버려지기 직전의 설비를 고쳐 살려내는 성취감은 그를 뿌듯하게 했다.
류 대표는 냉동·공조설비의 원리와 구조를 손에 익힌 이 시절을 ‘인생의 황금기’로 꼽는다. 창업을 꿈꾸던 류 대표는 첫아들의 이름을 딴 공조·냉동설비 회사 ㈜지구를 설립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거래처로부터 돈을 떼이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그는 미세먼지 등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장치 개발에 매달렸다.
한지와 황토, 맥반석, 참숯 등을 소재로 밤샘 연구를 거듭했지만 번번이 난관에 직면해 물거품이 되곤 했다. 고민하던 류 대표는 2000년대 초반 해외사업 진출을 위해 독일을 방문했다가 해법을 찾았다.
그는 전남대 교수들과 수년간 공동연구한 끝에 공업용제습제 ‘몰리큘라시브’를 열교환기판 모형으로 만들고 가습·환기를 겸한 공기순환장치로 특허를 따내는 데 성공했다. 류 대표가 2015년 상품화한 제품은 깨끗한 물로 공기를 세척한 후 가습하는 방식이다. 미세먼지 제거와 탈취 성능이 우수하고 공간을 별도로 차지하지 않으며 수명도 반영구적이다.
그의 노력과 제품 성능이 알려지자 광주상공회의소는 최근 류 대표를 초청해 제품 홍보행사를 갖도록 특별히 배려하기도 했다. 류 대표는 “공들여 개발한 제품이 인정받고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