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거의 같은 시기에 세계 각국의 해군이 참여하는 합동 관함식(해상 열병식)과 경제력 확장의 핵심 프로젝트인 일대일로 포럼을 개최하며 군사력과 경제력을 함께 과시하고 나선다. 중국과 남중국해 갈등 및 무역전쟁을 벌이는 미국은 관함식에 대사관 무관만 참석시키는 등 사실상 두 행사를 보이콧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자본이 절실한 각국 정상들은 앞다퉈 일대일로 포럼으로 달려가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참석해 힘을 실어주는 등 중국의 ‘세 과시’가 두드러진다.
21일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은 인민해방군 해군 창설 70주년을 맞는 23일 칭다오 인근 해역에서 세계 각국 해군이 참가한 가운데 합동 관함식을 갖는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직접 주관하는 이번 관함식에는 러시아 태국 베트남 인도 등 10여개국 함정 20척가량이 참여한다. 30여개국의 해군 지휘관들을 포함해 60여개국 대표단이 참석한다.
중국은 항공모함 랴오닝호와 구축함, 호위함, 상륙함 등 32척의 전함과 조기경보기, 정찰기, 대잠초계기, 폭격기, 전투기, 함재전투기, 함재헬기 등 39대의 항공기를 해상 퍼레이드에서 선보인다. 관함식에서는 신형 핵잠수함과 신형 구축함 등 일부 군함도 최초로 공개된다.
한국은 신형 호위함인 경기함(FFG·2500t급)이 참가한다. 미국은 10년 전 중국 해군 60주년 관함식 때 미사일구축함을 보냈지만 이번엔 군함 파견 없이 주중대사관 무관만 참석키로 했다. 반면 일본은 해상자위대 수장인 야마무라 히로시 해상막료장이 해상자위대 호위함 ‘스즈쓰키’와 함께 참가키로 해 최근 한층 가까워진 중·일 관계를 보여준다. 북한은 김명식 해군사령관(대장)이 참석한다.
베이징에서는 25~27일 사흘간 제2회 일대일로 국제협력 고위 포럼이 열린다. 푸틴 대통령을 비롯해 파키스탄 필리핀 말레이시아 베트남 이탈리아 그리스 포르투갈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칠레 등 37개국 정상이 참석한다.
이번 포럼에는 150여개 나라와 90여개 국제기구가 참석하기로 해 2017년 1회 때 120여개 참가국에 비해 규모가 크게 커졌다. 한국과 일본 프랑스 독일 영국 북한 등은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지만 미국은 고위 관리를 보내지 않기로 했다. 시 주석은 26일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27일 원탁정상회의도 주재한다.
한때 ‘개발도상국을 빚더미에 빠뜨린다’는 논란이 확산되며 ‘일대일로 중단’을 검토했던 말레이시아와 파키스탄 등 일부 국가들도 최근 사업을 재개키로 해 중국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12조원 규모의 동부해안철도(ECRL) 사업과 38조원 규모의 부동산·교통 개발 사업인 ‘반다르 말레이시아 프로젝트’를 재개키로 했다.
파키스탄은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 사업을 재검토했으나 최근 “경제를 살리는 데 일대일로 말고는 대안이 없다”며 일대일로 복귀를 선언했다. 유럽에서는 이탈리아에 이어 스위스도 일대일로 양해각서(MOU) 체결에 합의했다. 중국의 외연 확대를 막으려 애쓰는 미국의 입지가 좁아지는 분위기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