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직함은 너무나 무겁고 고통스런 멍에와도 같았다.”
김홍일 전 국회의원이 지난 20일 별세한 이후 각계의 조문이 잇따르고 있다. 빈소를 찾은 인사들은 그를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로 기억했다.
김 전 의원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는 21일 정·관계 인사들의 추모가 잇따랐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빈소가 차려지자마자 조문을 하고 “고인은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반자고 동지였다”며 “하늘나라에서 아버지를 만나 한반도 평화통일과 고문 없는 대한민국을 위해 우리에게 지혜를 주는 일을 하시리라 기도드린다”고 말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을 비롯해 고인을 기리는 발길은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너무 슬프다. 고인의 민주화에 대한 헌신을 우리 모두가 다시 한번 되새길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참 마음에 사랑이 많고 눈물이 많은 분이었다. 긴 고통을 겪었는데, 고통 없는 곳에서 편히 쉬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이 야당 총재를 할 때 (김 전 의원이) 뒷바라지를 하느라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고 회고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호남을 대표해 왔던 김 전 의원은 10년 넘게 투병생활을 했다. 군사독재가 얼마나 지독한지 지병을 통해 몸으로 증거했다”고 강조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고인의 아버지 김 전 대통령은 정치 보복을 안 하는 분이셨다. 우리 정치가 서로를 존중하는 정치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조의를 유족들에게 전한 뒤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 과정에서 고인이 당했던 수난을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먹먹하다”고 말했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 김영삼민주센터 상임이사,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씨도 빈소를 찾았다.
1948년 목포에서 태어난 고인은 74년 김구 선생의 경호실장 윤경빈씨의 딸과 결혼했다. 그러나 야당 지도자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늘 감시를 받았으며 마흔이 넘도록 변변한 직업조차 가지지 못했다. 김영삼 정권 때인 96년 15대 총선 때 국회의원에 당선돼 정상적인 정치활동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17대 국회의원 시절이던 2006년 대법원에서 인사청탁 대가로 안상태 전 나라종금 사장에게 1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가 인정돼 의원직을 상실했다.
김 전 의원의 장지는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죄 판결 전력 때문에 국가보훈처의 심의를 거쳐 국립묘지 안장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유족으로는 부인 윤혜라씨, 딸 지영·정화·화영씨가 있다.
▒ 이희호 여사도 위중… “아들 사망 알리지 못했다”
한편 박지원 의원은 “연로하신 분에게 누가 돌아가셨다는 얘기는 안 하는 게 우리의 관습”이라면서 이희호(사진) 여사에게 아들의 사망 소식을 알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동교동계 인사들에 따르면 이 여사는 한 달 전 건강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신촌세브란스병원의 VIP 병동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의사소통이 어려운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박 의원은 “이 여사는 97세의 고령이고 1개월 전 입원했기에 건강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위독하다고도 할 수 없다”며 “오늘 아침 병실에 들러서 인사를 하자 ‘왔어요’라고 대답했다”고 전했다.
김 전 의원은 김 전 대통령과 사별한 차용애 여사 사이의 장남이다. 차남인 김홍업 전 의원도 차 여사 사이에서 태어났다. 삼남인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 상임의장만 재혼한 이 여사가 낳았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