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1970년대 경공업 중심지였던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일대는 유난히 붉은 벽돌 건물이 많다. 서울시와 성동구는 폐공장에 예술가들이 모여들어 명소가 된 미국 뉴욕 브루클린처럼 성수동을 ‘붉은 벽돌 마을’로 꾸민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성수동 서울숲 북측 일대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붉은 벽돌 마을 사업 대상지 8개 건물을 처음으로 선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이 사업은 부수고 새로 짓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 내 건축자산을 보전하고 마을을 명소화하기 위한 저층주거지 도시재생 프로젝트다. 2020년까지 시범적으로 붉은 벽돌 건축·수선비를 지원하고 마을환경 개선을 위한 기반시설을 정비하는 등의 사업을 벌이게 된다.
성수동은 붉은 벽돌로 지어진 공장과 창고가 많은 지역이다. 1990년대 들어서부터는 붉은 벽돌 외관의 주택이 대거 등장하면서 현재 사업대상지 면적 7만1220㎡ 중 68%가 붉은 벽돌 건물일 정도다.
건물 외부 경관을 하나의 ‘도시공공재’로 여기는 것은 세계적 추세다. 대표적으로 뉴욕 브루클린은 버려진 창고와 공장을 재생한 세계적 명소로 꼽힌다. 특히 붉은 벽돌 건물 사이로 맨해튼 다리를 감상할 수 있는 브루클린 ‘덤보(Down Under the Manhattan Overpass)’지역은 뉴욕의 새로운 상징이 됐을 정도다. 이밖에도 스웨덴 말뫼나 미국 보스턴 비콘 힐 역시 산업유산이 보전된 문화관광지역으로 재탄생했다.
성수동에도 붉은 벽돌 건물 외관을 그대로 유지한 채 공장을 개조한 창고형 카페들과 스튜디오들이 생겨나고 있다. 정미소를 개조한 카페·갤러리 ‘대림창고’나 ‘자그마치’ 등이 들어서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커피계의 애플’이라 불리는 블루보틀까지 성수동에 위치한 붉은 벽돌 건물에 국내 첫 매장을 다음 달 연다고 밝혔을 정도다.
서울시는 첫 선정된 8개 건물 중 6개 건물은 붉은 벽돌로 새로 짓고 2개 건물은 기존 건물을 대수선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건축·수선비는 서울시가 성동구에 보조금을 지원하면 성동구 ‘붉은벽돌건축물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건물소유주에게 지급된다. 신·증축시 최대 4000만원을, 대수선·리모델링을 할 경우에는 최대 2000만원을 지급한다. 건축물 디자인 가이드라인에 따라 용적률 상향 조정 지원도 이뤄진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지역이 가진 고유의 특성과 매력을 살려 도시의 진정한 자생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