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처음 손을 맞잡은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1주년 기념행사가 남측만 참여하는 반쪽 행사로 치러질 전망이다. 정부는 27일 판문점에서 열리는 기념행사에 500명의 내외빈을 초청하면서 북측에는 적절한 시점에 통지하겠다고 21일 밝혔다. 행사 개최 엿새 전까지 북측과 아무런 사전 교감이 없었다는 얘기다. 지난 2월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급격히 악화된 남북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통일부는 “판문점선언 1주년을 기념하는 ‘평화 퍼포먼스’를 27일 오후 7시 판문점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먼 길, 멀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을 주제로 통일부와 서울시, 경기도가 공동 주최한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마주한 군사분계선을 비롯해 두 정상이 밀담을 나눈 도보다리 등 판문점 내 5곳에 특별무대를 마련해 연주와 미술작품 전시, 영상 방영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통일부는 행사에 주한 외교사절을 비롯해 각계 내외빈 500명이 참석할 예정이고, 50분간 전국에 생중계된다고 설명했다. 한·미·중·일 4개국 예술가들도 참석해 문화예술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문 대통령 취임 후 첫 남북 정상회담 1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지만 정작 북측의 참여 여부는 불투명하다. 통일부 당국자는 “현재까지 북측에 이 행사에 대해 통지하거나 설명한 적은 없다”며 “적절한 시점에 통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행사가 갖는 정치적 의미와 상징성을 감안하면 북측과 아무 협의가 없었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당국자는 북측과의 공동 행사는 고려되지 않았느냐는 거듭된 질문에 “그런 것까지는 말씀드릴 수 없다”며 “북측에 통지할 예정이고 그 내용은 두고봐야 할 것 같다”고만 했다. 이어 “남북 관계와 한반도 상황을 고려해 잡아야 했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고 늦게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행사 직전 참석 여부를 전격 알려올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지만 행사까지 남은 시간과 이번 주 북·러 정상회담 일정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과 두 차례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는데도 불구하고 비핵화 협상에 진전이 없어 남북 관계까지 얼어붙은 현실이 반영된 것이다.
청와대는 행사에 문 대통령의 메시지가 담긴 영상을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북측 인사가 내려올 가능성을 열어놓고 문 대통령이 기념행사에 참석하는 방안을 비롯해 여러 시나리오를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이 최종 불참할 경우 행사 의미가 반감되는 것은 물론 민간인 참석자들의 안전 문제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행사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남측 지역에서만 진행된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