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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테러 배후 구체적으로 안 밝혀져… 뿌리깊은 종교 갈등 가능성

스리랑카 군인과 시민들이 21일 콜롬보의 성안토니우스 성당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 이후 인간띠를 만들어 성당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부활절 아침을 맞아 이곳을 찾은 시민들은 갑작스러운 폭탄테러로 많은 수가 희생됐다. AP뉴시스


스리랑카에서 21일 발생한 8건의 연쇄 폭탄 테러는 배후가 구체적으로는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스리랑카의 뿌리깊은 종교 갈등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스리랑카에서 소수종교에 대한 공격이 갈수록 거세지는 상황이었다.

스리랑카는 1948년 영국에서 독립한 이후 종교 및 종족 갈등으로 혼란을 겪어왔다. 인구 2100만명 중 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불교계 싱할라족(70%)과 소수 힌두교계 타밀족(11%)의 26년간 내전은 대표적이다. 독립 이후 권력을 독점한 싱할라족이 차별정책을 취하자 타밀족은 점차 분리투쟁에 나거세 됐다. 83년 타밀족이 싱할라족 군인 몇 명을 살해한 것에 대해 싱할라족은 전국적으로 타밀족 1000여명을 학살하는 것으로 복수했다. 이후 타밀엘람해방호랑이(LTTE)로 대표되는 타밀 반군은 폭력적인 반정부 투쟁을 시작했다. 무장충돌과 휴전이 교차되다가 2009년 정부군이 타밀 반군 지도자 벨루필라이 프라브하카란을 사살하면서 내전이 종결됐다. 내전으로 10만여명이 숨지고 100만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했다.

정치에 입김이 큰 불교계는 2004년 아예 승려들을 중심으로 한 정당을 만들었다. 바로 극우 성향의 민족유산당이다. 내전 기간 평화협상 때마다 종족 및 종교 갈등을 선동해 왔던 민족유산당은 내전 이후 새로운 공격 대상으로 기독교와 이슬람교를 타깃으로 삼았다. 2012년 민족유산당 내에서도 가장 극우적인 인물들이 모인 분파 조직인 ‘보두발라세나(불교도의 힘)’는 최근 기독교 및 이슬람교 혐오를 조장하고 교회와 모스크를 공격하고 있다.

스리랑카의 이슬람교도는 전체 인구의 9% 정도다. 미얀마에서 박해를 피해 스리랑카로 넘어온 이슬람교 로힝야족이 증가하면서 갈등이 한층 커진 상태다. 지난해엔 극우 불교도들이 이슬람족을 무차별 공격해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되기도 했다.

전체 인구의 7%가량 되는 기독교도 역시 독립 이후 꾸준히 박해를 받아 왔다. 네덜란드와 영국의 제국주의 통치 시기에 기독교가 불교를 심하게 탄압했던 것에 대한 보복이 독립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스리랑카 불교가 민족주의 성향을 강하게 띠고 타 종교에 배타적인 것은 제국주의 시절 탄압을 받은 데서 비롯됐다. 싱할라족과 타밀족이 섞여 있는 기독교는 최근 종족 갈등을 중재하는 매개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스리랑카의 불교도와 힌두교도, 이슬람교도는 서로 반목하는 사이면서도 식민지배의 경험 때문에 기독교에는 공통으로 적대감을 가지고 있다.

특히 반기독교 운동을 하던 승려 간고다비라 소마가 2002년 러시아를 방문했다 숨진 이후 스리랑카에서는 기독교에 대한 공격이 증가했다. 2003~2004년 스리랑카의 여러 교회가 불교도들의 공격으로 소실된 것은 대표적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스리랑카 내 200개의 성당과 교회를 대표하는 스리랑카 기독교연맹은 지난해 기독교인에 대한 위협과 폭력사건 등이 86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올해도 지난달까지 26건이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취임한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대통령은 소수인종과 종교를 보호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최근 소수종교를 향한 테러 증가에 역부족이다. 자칫 이번 연쇄 테러가 스리랑카의 종교 갈등을 한층 심각하게 만들 우려가 크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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