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스럽고, 떨리기도 합니다. 칸은 언제 가든 늘 설레고 새롭고 긴장되는 곳입니다. 가장 뜨겁고 열기 넘치는 곳에서 신작을 선보이게 되다니 그 자체로 기쁩니다.”
영화 ‘기생충’으로 다섯 번째 칸영화제 초청을 받은 봉준호(50) 감독은 22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 서울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수상 가능성은 크지 않다. 영화를 배울 때부터 존경했던 어마어마한 감독들의 작품 틈바구니에 낀 것만으로 영광”이라고 겸손해했다.
‘설국열차’(2013) ‘옥자’(2017) 등 최근작을 글로벌 프로젝트로 진행한 봉 감독은 한국적 정서를 바탕으로 한 이번 작품을 세계시장에 선보이는 데 대한 우려와 기대를 전했다. 그는 “외국 관객들이 100% 이해하진 못할 것이다. 한국 관객들이 봐야만 뼛속까지 이해할 수 있는 디테일들이 곳곳에 포진해있기 때문”이라고 얘기했다.
이어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빈부격차는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극과 극의 상황에 처해 있는 두 가정의 모습이 외국 관객들에게도 파고들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한다”면서 “그들도 한국 관객들처럼 공감하며 볼 수 있으리라는 이율배반적인 기대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생충’은 한국영화 가운데 유일하게 다음 달 14~25일 개최되는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과외 면접을 위해 글로벌 IT기업을 이끄는 박 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가족 희비극이다.
봉 감독은 “기획 초반 가제는 ‘데칼코마니’였다”면서 “부유한 사람과 평범한 사람 사이에 경계선은 없지만 그들의 공간은 암묵적으로 나누어져 있다. 일상을 살면서 절대 마주칠 것 같지 않은, 닮은 듯 전혀 다른 두 가족이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물음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영화에는 봉 감독의 페르소나인 송강호를 비롯해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등 연기력이 출중한 배우들이 출연한다. 특히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 ‘설국열차’에 이어 네 번째로 호흡을 맞춘 봉 감독과 송강호의 시너지가 기대를 모은다.
봉 감독은 “송강호 선배님께 정신적으로 의지를 많이 했다”면서 “축구에 비유하자면 메시나 호날두가 미세한 동작 하나로 경기의 수준을 바꿔놓듯, 송강호는 영화 전체의 흐름을 규정해버리는 존재다. 그의 위력을 이번에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치켜세웠다.
송강호는 “봉 감독은 매번 놀라운 상상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통찰적인 작품을 위해 꾸준히 도전하는 분”이라며 “‘기생충’ 시나리오를 보고 개인적으로 ‘살인의 추억’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봉 감독의 놀라운 진화이자 한국영화의 진화를 발견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당부했다.
그는 또 “봉 감독이 추구하는 작품세계나 비전에는 감동적이고 감탄스러운 부분이 많다. ‘이 작품은 또 어떻게 나올까’ 하는 호기심이 들게 한다. 배우가 어떤 창의적 시도를 하더라도 다 받아들여줄 것 같은 평안함도 준다. 그가 보여주는 예술가로서의 경지에 많은 자극을 받고 있다”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기생충’ 칸 향하는 봉준호+송강호 “韓영화, 놀라운 진화”
입력 : 2019-04-22 11: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