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을 끄는 거대한 초록색 대문 앞에 사람들이 몰려 있다. 찰칵! 찰칵! 카메라 셔터 소리에 다양한 포즈를 연출한다. 완벽한 설정샷이 나올 때까지 사진 찍기는 계속 이어진다. ‘인증샷’으로 시작된 사진놀이는 ‘인생샷’ 찍기 열풍으로 바뀌었다. 소셜미디어 업로드가 일상화된 20, 30대들에게 인생샷은 어디를 가든 필수다. 사진이 추억을 간직하는 용도라기보다는 SNS에서 자신의 일상을 알리는 수단이 됐기 때문이다. 이제 ‘핵인싸’를 따라잡기 위한 사진 찍기는 하나의 현상이 됐다. 인기 여행지는 아예 ‘인생사진 찍는 곳’이라며 홍보에 열을 올린다. 사진 찍기 좋은 카페도 예외는 아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많이 태그된 인기 있는 장소를 찾아가 봤다. 특이한 소품이나 배경, 감성적인 패턴의 사진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인생 사진을 선물하는 해넘이 명소로 유명한 충북 청주 정북동 토성. 네모반듯한 토성 위의 소나무와 실루엣 사진을 찍기 위해 많은 사람이 줄을 선다. 10분 이상 찬바람을 맞으며 기다려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강원도 춘천에서 분덕스 카페를 운영하는 정재한 대표는 “카페는 커피와 디저트를 판매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쉬고 즐길 수 있는 장소”라며 “디자인 전공을 살려 카페의 시그니처인 초록색 대문처럼 인생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을 더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제 검색어로 지역명과 #인생사진 #인생샷 #감성샷 #설정샷 등을 치기만 하면 된다. 카메라는 스마트폰 하나면 충분하다. 여행을 가서 찍는 사진일까, 사진을 찍기 위한 여행일까. 목적은 중요하지 않다. 찍는 순간의 설렘과 ‘최고의 한 장’을 만들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좋다.
사진·글=서영희 기자 finalcut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