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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층 10명 중 9명 “은퇴 후 저소득·중산층으로 전락”





하루가 다르게 늙어가는 대한민국에서 노년의 삶은 우울하다. ‘현역’ 시절 스스로를 상류층으로 보던 이들의 81.3%는 “퇴직 후 중산층이 됐다”고 말했다. 상류층이 중산층도 아닌 저소득층 수준이 됐다고 응답한 비중도 6.3%나 됐다. 현역 시절처럼 돈을 쓰고 있다는 은퇴자는 전체의 0.6%에 불과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만 65~74세 국민연금 수급자 650명으로 설문한 결과를 담은 ‘국내 국민연금 수급자의 은퇴생활 보고서’를 22일 발표했다. 은퇴 이전과 이후의 소비수준을 파악했더니, 퇴직 고령자의 소비생활은 크게 하락했다. 설문 참여자의 48.6%는 “퇴직 후 생활비용이 은퇴 전의 50% 미만”이라고 답했다. “30% 미만”이라고 대답한 비중은 15.8%였고, “비슷한 소비 수준”이란 답은 0.6%뿐이었다.

퇴직 이후 스스로가 인식하는 ‘경제적 계층’도 추락했다. 현역 시절 상류층이었다는 은퇴자의 87.6%는 퇴직 뒤 중산층이나 저소득층으로 이동했다고 답했다. 현역 시절 스스로를 중산층으로 평가했던 이들 가운데 25.9%는 퇴직 뒤 저소득층이 됐다고 응답했다. 반면 중산층이나 저소득층이던 이가 퇴직 뒤 상류층이 됐다고 대답한 사례는 없었다.

이들의 현재 노후 생활비용은 월평균 201만원으로 집계됐다. 통계청이 발표한 최소 노후 생활비용(183만원)보다 많지만, 여가생활 비용 등을 포함한 적정 생활비용(264만원)에는 크게 못 미치는 액수다. 264만원 이상의 노후 생활비용을 쓰는 은퇴자는 18.5%에 불과했다. 결국 여유로운 노후를 보내는 은퇴자는 소수이며, 향후 지출될 의료비까지 고려하면 더 많은 이들이 생활비 충당에서부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적정 생활비용에 비해 월 60만원 이상이 모자라는 소비 수준이지만, 그나마 이는 착실히 노후를 대비해온 이들의 사정이다. 설문 참여자의 12.8%는 20대나 30대부터, 41.7%는 40대부터 노후자금을 위한 저축을 시작했다고 답했다. 절반 이상이 50세가 되기 이전부터 노후 대비를 해왔다는 얘기다.

이들의 보유 금융자산 소진 예상시기는 평균 82세로 나타났다. 고령화와 함께 한국 사회가 사실상 ‘100세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고려하면 자금이 부족하다. 그런데도 현재 상황에서의 적극적 노후 대책은 없는 편이었다. 추가 자금 마련 계획에 대해 52.6%는 “아예 없다”고 응답했고, 33.8%는 “자녀의 부양을 기대한다”고 대답했다.

완전한 은퇴가 아닌 제2의 경력을 꾸려가며 소득활동을 지속하는 이들의 비중은 42.3%였다. 연령대로 보면 60대는 55.7%, 70대는 28.9%가 아직 돈을 벌고 있었다. 성별로는 남성의 62.8%, 여성의 21.8%가 소득활동을 하고 있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 고령자는 노동시장 참여율이 높지만 일자리의 질이 낮다. 고령 자영업자가 근로장려세제(EITC) 혜택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편이 절실하다는 게 OECD 제언이다.

김지현 하나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소득활동 참가율을 최대한 끌어올려 경제력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자아실현을 통한 감성적 충족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차주필 하나은행 연금사업본부 본부장은 “연령별 또는 소득계층별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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