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예수-공병호] “기도의 시간은 창조하는 것… 어디든 성소가 될 수 있죠”

공병호연구소 공병호 소장이 지난 5일 서울 강서구 자택 인근 카페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송지수 인턴기자
 
콘택트렌즈 케이스에 담긴 실리콘 귀마개. 송지수 인턴기자


공병호연구소 공병호(59) 소장이 블레이저 안주머니에서 콘택트렌즈 케이스를 꺼내 보였다. 케이스 안에는 렌즈 대신 실리콘 귀마개가 들어 있었다. 귀마개를 들어 귓구멍을 막으며 공 소장은 “어느 시간 어느 장소에서든 소음을 차단한 뒤에 기도를 합니다. 또 책을 읽습니다. 서울역처럼 번화한 곳이어도 상관없습니다. 시간은 창조하는 것입니다. 제가 있는 곳 어디나 성소가 됩니다. 성경 말씀을 떠올리고 암송하고 묵상하며 기도합니다. 그렇게 하나님을 만나려 노력합니다”라고 말했다.

저술가로서 지금까지 100권 넘는 책을 쓴 공 소장을 지난 5일 서울 강서구 자택 인근 카페에서 만났다. 공 소장은 2001년 ‘공병호의 자기경영노트’를 출간해 한국형 자기계발서 시장의 문을 열었다. 기업가 연구, 기업 흥망사, 사회 평론, 서양 고전, 탈무드 등을 주제로 20년째 저술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엔 ‘김재철 평전’ ‘이용만 평전’을 선보이며 인물 탐구 분야의 지평을 열고 있다.

공 소장은 이날도 미국 서부의 기업가 유적을 둘러보고 쓴 원고지 1200매 분량 답사기를 1차로 탈고하고 약속 장소에 나왔다. 40일이면 책 한 권을 써내는 초인적 저작 활동의 그가 꼽은 최고의 책은 무엇일까.

“사람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디 온리 북(the only book)’, 그건 성경입니다. 성서는 사람에게 절대 기준을 제공합니다. 내가 이 사람을 만나야 하나 말아야 하나, 돈을 저곳에 투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 길로 가느냐 마느냐를 고민할 때 암송한 성경 구절이 영향을 미칩니다. 유대인들은 어쩌면 저리도 투자를 잘할까. 답은 구약 지식에 있습니다. 젊은 시절 뇌의 시놉시스가 폭발적으로 확장될 때 더 많은 성경 말씀을 암송하지 못한 게 후회됩니다. 앞으로 손주를 얻게 되면 성경 암송이란 가장 훌륭한 유산을 물려주고 싶습니다. 인간이 만든 지식이 아닌 하나님의 지혜가 담긴 책이기 때문입니다.”

공 소장은 나이 50에 예수를 만났다. 경제학 박사 이코노미스트로서 비주류 장르인 논픽션 분야에서 대중적 글쓰기와 열정적 강연을 통해 안정적 수익구조를 만들어냈다. 먹고 사는 문제를 극복한 이후엔 더욱 근본적인 진리를 추구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래서 시작한 서양철학 공부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를 탐구하는 ‘공병호의 고전강독’ 1~4편으로 나왔고 다음 순서인 성경을 학문적으로 파고들다가 회심하게 됐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윤리학을 보면서 우아한 서양철학이 잔잔하고 소소한 행복은 주지만 깊은 행복감은 줄 수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세태에 좌우되지 않고 유행을 뛰어넘는 깊숙한 진리와 깊은 행복감 말이죠. 때마침 케이블 방송의 한 목사님 설교를 보는데 인간은 하나님을 떠나서 결코 행복할 수 없다는 주제가 나왔습니다. 학문이 깊어질수록 허무주의자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지식 권력 돈 등이 아무리 많아도 주님이 없으면 원천적 허무감과 상실감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절절하게 깨달았습니다. 이후 스스로 예배당을 찾아갔습니다. 경기도 용인의 작은 교회에 출석합니다.”

주일엔 무조건 예배 1시간 전에 교회를 찾아 맨 앞자리에 앉는다. 눈을 감고 기도를 시작한다. 최대한 몰입해 설교를 듣는다. 축도 후 성가대 찬송이 끝나고 다른 성도들이 다 퇴장할 때까지 자리를 지킨다. 눈물을 흘리며 조용히 전심전력해 드리는 예배다. 공 소장은 “눈을 감고 계속해서 이쪽 세상과 저쪽 세상을 경험하려 한다”면서 “하나님을 만나는 시간이므로 기도하는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말씀은 주기도문과 산상수훈이다. 공 소장은 “주기도문처럼 품격 있는 문장, 산상수훈처럼 멋진 가르침을 어디서 만나겠느냐”고 했다. 특히 마태복음 5장의 팔복(八福) 가운데 8절 “마음이 깨끗한 사람은 복이 있다. 그들이 하나님을 볼 것이다”(새번역)를 백미로 꼽았다.

공 소장은 지난해 10월 미국 선교사들이 한국에 남긴 것을 집대성한 ‘이름 없이 빛도 없이’를 출간했으며, 성경대로 사는 것이 답임을 보여주는 ‘크리스천의 자기경영’도 펴냈다. 공 소장은 “교회를 멀리하던 성도가 책을 읽고 다시 신앙을 회복했다는 편지를 받아 기뻤다”고 했다. 그는 “미국 캐나다 호주 선교사 이야기 등 역사성 있는 기독교 관련 책들을 구상 중”이라며 “특히 예수 그리스도를 반듯하게 믿는 길이나 방법을 다뤄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종교물은 아니지만, 최신작 ‘좌파적 사고 왜, 열광하는가?’는 교보문고 정치사회분야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라와 있다. 지난 1월에는 ‘일어서라! 서서 일하고, 서서 공부하라!’를 펴냈다. 공 소장 스스로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인들처럼 서서 일하는 책상을 도입하고 난 후 생산성을 40% 끌어올렸다는 경험담이다.

공 소장 역시 책 한 권을 쓰는 데 최소 100권의 책이나 논문을 참고한다. 저술과 상관없는 신간 위주의 순수 독서는 한 달에 20권 정도이다. 1년에 책을 3~4권 쓰니까 공 소장은 연간 500~600권의 책을 독파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마지막까지 기본을 강조했다.

“우리가 모두 ‘이 세상’에서 열심히 살아야지만 모든 활동은 예수 그리스도를 올바르게 믿고 따르는 반석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그것 없이 권력이든 지식이든 물질이든 아무리 쌓아도 깊은 행복을 누리기 힘듭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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