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030년 비메모리 반도체 글로벌 1위 목표 달성을 위해 본격적으로 나선다. 현재 글로벌 1위인 메모리 반도체와 더불어 비메모리도 선두로 올라서 명실상부한 글로벌 1위 반도체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달 말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계획은 연구개발, 인재 육성 등 경쟁력 강화와 함께 중소업체와의 상생 등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시장은 크게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와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디지털카메라용 이미지센서 등 비메모리 부문으로 나뉜다.
시장 규모는 비메모리 부문이 메모리보다 훨씬 크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가 올해 2월 내놓은 전망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는 4545억 달러(약 518조원)이며 이 중 메모리 반도체는 1355억 달러로 전체의 30% 수준에 불과하다. 나머지 70%는 비메모리다. 시장 규모와 부가가치 측면에서 비메모리가 메모리보다 우위에 있는 셈이다. 또 메모리 반도체는 시장 사이클에 따라 실적에 편차가 있지만, 비메모리는 더욱 안정적인 구조여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확보해야 할 역량으로 꼽힌다.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사업은 파운드리(위탁생산)와 ‘엑시노스’ 등 직접 설계·제작하는 반도체 등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파운드리에서는 초미세공정을 통해 업계 1위 대만 TSMC와 경쟁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5나노 공정 개발을 완료했다. 7나노 공정은 양산에 돌입했고, 6나노 공정은 하반기 양산이 시작된다. TSMC도 최근 6나노 공정 개발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먼저 7나노 공정을 도입한 TSMC가 애플, 퀄컴 등 글로벌 대형 업체들의 물량을 수주했지만, 삼성전자가 초미세공정에서 앞서 나가면 언제든 물량을 빼앗아 올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는 3나노 공정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이 미세화할수록 칩 면적은 줄어들고 전력 소모도 감소하는 반면 성능은 높아지기 때문에 업체들이 선호한다.
파운드리 사업은 반도체 장비, 소재, 디자인, 패키징, 테스트 등 다양한 전문 업체들이 함께 성장해야 해 전후방 연관 효과가 크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강화에 나서면 중소업체와 동반성장까지 가능해진다.
삼성전자는 ‘엑시노스’라는 브랜드로 직접 반도체를 설계해 스마트폰, 자동차용 등으로 공급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에 탑재하고 자동차는 아우디 등에 공급하고 있다. 모바일용 칩셋은 애플, 퀄컴 등 대부분 업체가 영국 반도체 기업 ARM의 반도체 설계를 가져와 자신에 맞게 최적화해 만드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연구개발 역량에 따라 성능이 달라지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설계 및 개발 인력에 대한 투자도 강화해 엑시노스 브랜드를 더욱 키운다는 계획이다. 또 앞으로 사용처가 점점 많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이미지 센서 부문도 ‘아이소셀’ 브랜드를 앞세워 점유율을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업계 관계자는 “인공지능 시대에 사용될 뉴럴 프로세서 등 미래 반도체 분야는 아직 초기 단계”라며 “삼성전자가 반도체 전반의 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인재와 연구개발에 집중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