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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부활절 테러’ 배후는 현지 극단 이슬람 단체

스리랑카 네곰보의 성 세바스티안 성당에서 21일 오전(현지시간) 발생한 폭탄 테러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22일 시신이 담긴 관 앞에서 오열하고 있다. 스리랑카에서는 전날 수도 콜롬보를 비롯해 네곰보, 바티칼로아에서 8건의 연쇄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AP뉴시스


스리랑카에서 부활절인 21일 발생한 8건의 연쇄 폭탄테러 사망자가 최소 290명, 부상자가 최소 500명으로 늘어났다. 숨진 외국인은 최소 32명이다. 8건 가운데 6건이 자살폭탄 테러로 밝혀졌고, 스리랑카 당국은 용의자 24명을 체포했다. 테러 배후로는 현지 극단주의 이슬람 단체 ‘내셔널타우힛자맛(NTJ)’이 지목됐다. 스리랑카 정부는 추가 테러를 우려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AP통신은 8건의 연쇄 폭발 가운데 6건은 자살폭탄 테러였다고 스리랑카 당국의 과학수사 전문가 아리야난다 웨리안가를 인용해 22일 보도했다. 웨리안가는 “오전에 호텔 3곳과 교회 3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폭발은 7명의 자살폭탄 테러범이 저지른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 콜롬보에서는 성 안토니오 성당 1곳과 특급 호텔 3곳에서 거의 동시에 폭발이 일어났다. 비슷한 시간 네곰보의 성 크리스티안스 성당과 바티칼로아의 기독교교회에서도 폭발이 발생했다. 경찰은 오후에 콜롬보 인근에서 추가 발생한 두 건의 폭발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폭발 이후 하루가 지나면서 사건 당시 정황과 목격담들도 나오고 있다. 가디언은 네곰보의 성 크리스티안스 성당에 갔던 딜립 페르난도가 무거워 보이는 가방을 들고 안으로 들어가는 남자와 마주친 이야기를 전했다. 페르난도는 “30살쯤 된 남자는 순수해 보였으며, 특별히 이상한 점은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그가 바로 폭탄 테러범이었다”면서 “그 남자가 안으로 들어간 지 얼마 안돼 성당 안에서 폭발음이 들렸다”고 말했다. 또 콜롬보 시나몬그랜드 호텔에선 한 현지인 남성이 아침에 뷔페식당에서 접시를 들고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던 중 등에 멨던 폭탄을 터뜨렸다고 전했다.

기폭하지 않은 폭발물도 연이어 발견됐다. 테러범들이 훨씬 큰 규모의 범행을 계획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테러 당일인 지난 21일 밤늦게 사제 폭발물이 콜롬보 반다라나이케 공항에서 2㎞ 떨어진 도로에서 발견돼 군 당국이 해체했다. 콜롬보의 한 버스터미널에서는 기폭장치 87개가 발견됐다. 경찰 폭발물처리반이 교회 인근에 주차된 차량에 설치된 폭탄을 해체하다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스리랑카 정부는 이날 오전 6시를 기해 통행금지령을 해제했으나 상황이 호전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오후 8시부터 이튿날인 23일 오전 4시까지 통행금지령을 다시 내렸다. 22~23일을 공휴일로 정하고 전국에 휴교령도 내렸다. 페이스북과 왓츠앱 등 주요 소셜미디어와 메신저도 차단했다. 공항과 교회 등 주요 시설물에는 병력 1000여명이 배치돼 있다.

테러는 극단주의 이슬람 단체 NTJ의 소행으로 파악됐으며 국제 조직도 연계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정부 대변인격인 라지타 세나라트네 보건장관이 밝혔다. 테러 공격에 가담한 사람들은 NTJ의 지역 조직 소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체포된 용의자 24명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AFP통신은 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모두 스리랑카인이라고 전했다. 당국은 이번 사건이 이슬람국가(IS) 등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정보 당국이 테러 경고 정보를 여러 차례 무시했다가 이번 테러 대비에 실패했다며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 앞서 경찰청장이 NTJ가 교회 등을 겨냥한 자살 공격을 계획 중이라는 외국 정보기관의 정보를 자국 정보 당국에 알렸지만 무시됐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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