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종합

해리스 “김정은에 치기 쉬운 공 넘겨”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22일 서울 중구 미 대사관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해리스 대사는 “한국과 일본 사이에 의견 일치가 이뤄진다면 한·미·일 3각 동맹 역시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공동취재단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 2월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것과 관련해 “하노이 회담은 ‘베리 배드 딜’(very bad deal·매우 나쁜 합의)이냐 ‘노딜’(no deal·합의 없음)이냐의 문제였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노딜이라는 올바른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해리스 대사는 또 “(비핵화 빅딜로 가는) 중간단계의 협상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며 “만약 그것이 제재 완화라면 그건 안 된다. 비핵화 전까지 제재 완화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리스 대사는 서울 정동 미 대사관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하노이 회담은 ‘빅딜’과 ‘굿이너프딜’(충분히 괜찮은 합의) 사이의 선택이 아니었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그는 “북한이 하노이 회담에서 제시한 안을 받아들였다면 경제 제재를 해제했어야 하고, 북한으로 자금이 들어갔을 것”이라며 “대신 우리가 받는 것은 미래 어느 시점에 영변이 폐기된다는 약속”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 약속을 대가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제재 해제를 요구한 것을 매우 나쁜 합의로 표현한 것이다.

해리스 대사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한국 정부가 제시한 중간단계 협상안은 고려 대상이 아니냐는 질문에 “중간단계가 무엇인지 이해가 안 된다”면서 비핵화 전 제재 유지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제재 해제의 길은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에 달려 있다’는 데 동의한 것 외에 한국 정부는 그들의 의견을 나와 공유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일괄타결식 빅딜을 바라는 미국과 단계적 비핵화 및 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북한 입장을 절충한 굿이너프딜, 조기수확론 등의 구상을 갖고 있다.

해리스 대사는 3차 북·미 정상회담의 공은 북한에 넘어갔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쉽게 받아칠 수 있는 공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코트로 넘겼다”며 “그 공에는 ‘FFVD를 하면 북한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한계가 없다’고 쓰여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3차 정상회담을 원하고 있다”며 대화의 기회를 잡을지는 김 위원장이 결정할 몫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해리스 대사는 북한이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공개 비난하고 있는 데 대해선 ‘북한 내부를 겨냥한 메시지’로 평가했다.

해리스 대사는 최근 미·일 동맹이 강화되면서 한국이 고립되고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미국은 한국, 일본과 동맹 관계”라며 “한·일이 의견 일치를 볼 수 있다면 한·미·일 3각 동맹 역시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스 대사는 또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독대 시간이 2분밖에 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선 “2분보다 길었고 확대회의에서도 많은 대화가 오갔다”고 설명했다.

외교부 공동취재단,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