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을 겨냥한 ‘최대의 압박(maximum pressure)’ 공세에 나섰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과 중국 인도 등 8개국에 부여했던 대(對)이란 제재 한시적 예외 조치 연장을 중단해 이란의 원유 수출을 ‘제로(0)’로 떨어뜨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미국 관리들은 올해 석유 수급 예측을 토대로 시장에 미칠 악영향은 적다고 보고 있지만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마이크 폼페이오(사진) 미 국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기존 이란산 석유 수입국에 부여했던 한시적 제재 예외 조치(SRE)를 연장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이란 지도자가 위협적 행동을 자제하고 이란 국민의 권리를 존중하며 협상으로 복귀할 때까지 이란에 대한 최대의 압박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 동부시간으로 5월 3일 0시(한국시간 5월 3일 오후 1시)부터 이란에서 석유를 수입하는 국가는 미 행정부로부터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방식의 제재를 받게 된다. 미 국무부는 지난해 11월 이란산 석유 수입 금지를 골자로 하는 이란 제재를 복원하면서 8개국에 180일간의 한시적 예외를 인정한 바 있다.
8개국 중 그리스와 이탈리아 대만은 이미 이란산 석유 수입을 완전히 중단했다. 한국과 일본은 예외 기간 중 이란산 석유 의존도를 상당 부분 줄인 것으로 평가됐다. 이에 반해 중국과 인도는 여전히 이란에서 대량의 석유를 수입하고 있다. 터키는 자국이 제재 예외 조치 연장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끝내 실패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터키 관리들은 미국 측에 이란산 석유 공급이 끊기면 자국 에너지 수요를 충당할 수 없다고 호소해 왔다.
이 국가들이 미국의 이번 조치에 거세게 반발할 경우 또다른 갈등이 촉발되는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미국의 일방적 제재와 자국법을 근거로 한 제3국 제재를 일관되게 반대해 왔다”며 “중국과 이란 간 협력은 투명하고 합법적이므로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란산 석유 수입 금지에 따른 유가 상승을 막기 위해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에 증산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역시 주요 산유국으로서 석유 생산량을 늘릴 방침이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결정을 주도한 인물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폼페이오 장관을 지목하고 있다. 그동안 볼턴 보좌관은 유가 상승을 무릅쓰고 이란과 베네수엘라에 대한 초강력 제재를 밀어붙여야 한다고 주장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볼턴 보좌관보다는 온건한 입장이었던 폼페이오 장관과 국무부 관리들 역시 올해 석유 공급이 호전되면서 이란산 석유 수입 중단에 따른 부작용을 상쇄할 것으로 보고 동의했다고 한다.
국제유가는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이 공식 발표에 앞서 관련 보도를 내놓은 직후 급등해 6개월 만의 최고를 기록했다.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6월물은 배럴당 74.31달러로 3% 이상 급등했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65.87달러까지 올랐다. 이란 역시 핵심 해상 석유 운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며 반발하고 있어 원유 시장의 불안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