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한국 측의 잇따른 부정적인 움직임 때문에 한·일 관계가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는 내용의 2019년도 외교청서를 23일 각의에서 확정했다. 일본은 초계기-레이더, 독도, 위안부, 강제징용 등 한·일 갈등 현안에 대해 한국에 책임을 돌렸다. 한국 정부는 이날 미즈시마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서울 외교부 청사로 초치해 외교청서의 부당함을 지적하면서 일본 정부에 항의의 뜻을 전했다.
일본은 이날 발간한 2018년 외교청서에서 이전에 사용하던 “한국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 국가”라는 표현을 삭제한 뒤 “상호 신뢰 하에 한·일 관계를 미래지향의 신시대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썼는데, 올해는 이마저 사라졌다. ‘초계기 레이더 갈등’에 대한 한국의 부정적인 움직임 때문에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며 한국에 모든 책임을 돌린 것이다.
강제징용 판결에 대해서는 “한·일 관계의 법적 기반을 뒤집는 것으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청서는 ‘징용공’도 ‘한반도 출신 노동자’로 바꿔 강제징용이 아니라 자유로운 의사에 의해 노동력을 제공한 것처럼 서술했다.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선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고 했고, 독도는 한국의 불법 점거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일본은 한국을 제외하고는 주변국 모두에 유화적 자세를 취했다. 특히 북한에 대해선 지난해 언급됐던 “압력을 최대한으로 높여 나갈 것”이라는 문구와 “중대하고 임박한 위협”이라는 표현을 삭제했다. 이어 “국제사회가 하나가 돼 미국과 북한의 협상을 뒷받침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외교청서에서 한국과 대립각을 세운 것은 한국에 대한 강경 자세를 강조하면서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려고 하는 최근의 행보와 맥락을 같이 한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