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배구협회가 2020 도쿄올림픽 진출을 위해 야심차게 추진한 대표팀 전임감독제가 표류하게 됐다. 김호철(64·사진) 대표팀 감독이 재임 기간 중 프로구단인 OK저축은행행을 타진한 후폭풍이 예상외로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배구협회는 지난해 김호철 전 현대캐피탈 감독을 남자대표팀 사상 첫 전임감독으로 선임했다. 4년 계약에 올림픽 종료 후 중간평가를 해 재신임 여부를 가리는 방식이었다. 안정적 기간을 보장해주면서 오롯이 대표팀 기량 향상에만 힘쓰라는 취지다. 그런데 김 감독이 2018-2019시즌을 마친 뒤 김세진 감독이 퇴임한 OK저축은행에 감독직 가능 여부를 문의했고 OK저축은행도 이를 검토한 정황이 드러나며 파장이 일었다.
결국 협회는 지난 19일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김 감독이 계약상 이적 금지 조항을 어겼다며 자격정지 1년 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일부 매체에서 “대표팀 감독 계약서에 위약금 조항은 있지만 이적 금지 조항은 없었다”는 보도가 나왔고 김 감독도 “법무사에 문의한 결과 ‘이적해도 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주장, 진실공방이 펼쳐졌다. 협회측은 “위약금 조항은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기 위함이지 이직을 허용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런 논란 속에 금전적 부분 등 대표팀 전임감독의 여건이 열악해 프로구단행에 대한 유혹을 떨칠 수 없다는 실상이 낱낱이 드러났다.
한국배구연맹은 24일 13개 구단이 참가한 가운데 임시이사회를 열고 대표팀 감독을 계약기간 내 연맹 내 구단 감독으로 선임하지 않기로 하면서 논란의 종지부를 찍었다. 하지만 전임감독제 취지가 상당히 퇴색해버린 상황에서 협회가 차기 대표팀 감독을 선임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