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정부가 지난 21일 연쇄 폭탄 테러가 발생하기 불과 2시간 전까지 인도 측으로부터 테러 경고를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인도 정보당국은 이슬람국가(IS) 조직원을 심문하는 과정에서 테러 계획을 사전에 감지한 뒤 이를 스리랑카 측에 전달했지만 스리랑카 정부가 이를 묵살한 것이다. 이번 테러로 인한 사망자는 359명으로 늘었다.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스리랑카 대통령은 24일 국방장관과 경찰청장에게 사임을 촉구했다.
인도 정보당국은 21일 오전 스리랑카 정부에 “교회를 대상으로 테러가 자행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4일 보도했다. 인도 정보당국은 이미 지난 4일부터 총 세 차례 같은 경고를 반복했다.
인도 정보당국은 IS 조직원 심문 과정에서 테러 징후를 파악했다. 이 조직원은 스리랑카 연쇄 폭탄 테러 배후로 지목된 내셔널타우힛자맛(NTJ)의 지도자 자흐란 하심을 교육하고 사상적으로 급진화시켰다고 실토했다. 하심이 NTJ 조직원들을 이끌어 테러를 계획하고 있고, IS가 이들을 지원했다는 사실이 이때 다 새어나간 셈이다.
게다가 스리랑카 경찰은 NTJ의 존재를 최소 2년 전부터 파악하고 있었다. 스리랑카 전직 경찰 관리는 CNN방송에 “NTJ의 규모와 극단주의 성향이 커지고 있다는 징후가 포착됐고 현재 회원 150명쯤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스리랑카 정부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스리랑카 경찰청장이 지난 11일 외국 정보기관의 경고를 받았다며 자살 폭탄 테러에 유의하라는 문서를 작성한 것이 전부였다. 기독교 명절인 부활절 아침까지 반복된 경고 메시지도 묵살됐다.
결국 테러는 인도 정보당국이 경고한 그대로 발생했다. 하심은 테러 당일 샹그릴라 호텔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했다. 그는 테러 발생 이틀 후 IS가 선전매체 아마크통신을 통해 공개한 영상에서 테러범 중 유일하게 얼굴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심을 비롯해 자살폭탄 테러를 직접 수행한 9명 중 8명의 신원이 확인됐다. 루완 위제와르데네 국방부 부장관은 “이번 자살폭탄 테러 집단은 대부분 교육을 잘 받은 중상층 가정 출신이어서 재정적으로 상당히 안정적이었다”며 “테러범 중 한 명은 영국에서 공부한 뒤 호주에서 대학원을 마쳤다”고 말했다. 스리랑카 정부는 60명이 넘는 용의자를 체포해 조사 중이다.
다만 알레이나 테플리츠 스리랑카 주재 미국대사는 “미국은 스리랑카에서 일어난 부활절 공격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었고, 경고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스리랑카 정부가 테러 발생 가능성에 대해 미국 측의 경고를 받았다는 내용의 월스트리트저널 보도를 부정한 발언이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