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이뤄지는 북·러 정상회담에 담긴 의미를 두고 미국 조야에서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미 언론들은 이번 회담이 김정은(왼쪽 사진)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 모두에게 ‘윈윈(win-win)’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향후 미국의 대북 압박 기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AP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북한과의 연대 의사를 발표하거나 미국의 최대 압박 정책을 반박하면 북·러 정상회담은 김 위원장의 승리로 기록될 것”이라고 23일(현지시간) 전망했다. 양측이 이번 회담을 계기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를 위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무역을 활성화하는 등 경제협력 관계를 강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두 시나리오 모두 완전한 비핵화와 제재 해제를 맞교환하는 ‘빅딜’을 고수하는 미국엔 달갑지 않은 방안이다.
미국 측에서 이러한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는 이번 정상회담의 성사된 데는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데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하노이 회담 결렬을 상쇄할 만한 ‘승리의 경험’이 필요한 상황이다. 회담을 통해 북한의 든든한 ‘뒷배’인 러시아를 비핵화 이슈에 끌어들여 비핵화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할 수도 있다.
푸틴 대통령에게는 이번 회담이 러시아가 여전히 비핵화라는 글로벌 이슈에 개입할 만큼 건재하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는 기회다. AP통신은 “러시아는 중국에 비해 북한에 끼치는 영향력이 적지만, 회담 이후 비핵화 협상에서 필수적인 국가로 떠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제재 중심 비핵화 접근법이 탐탁지 않다는 입장을 표명해 왔다.
다만 북·러 정상회담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완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론이 우세하다. 푸틴 대통령이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를 대놓고 어기는 위험을 감수하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