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제 골프 인생에서 가장 행복해요.”
24일 경기도 양주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에서 만난 여자 골퍼 ‘핫식스’ 이정은(23)은 밝은 표정이었다. 머리도 금발로 염색한 모습이었다. 이정은은 미국 생활에 대해 “만족하고 지낸다. 호텔 생활도 즐겁다”고 했다. 또 “골프장 페어웨이나 잔디가 너무 좋아 어떤 곳은 만약 여기서 못 치면 모든 게 내 탓이라고 생각할 정도”라고 소개했다.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을 1등으로 통과해 이번 시즌부터 미국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정은은 25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크리스 F&C KLPGA 챔피언십에 출전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이정은이 한국 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5개월 만이다.
이에 모든 시선이 자연스럽게 이정은에게 쏠렸다. 이정은은 오래간만에 이런 관심을 받는다고 했다. 미국에선 자신을 알아봐주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한다. 이정은은 “유명한 선수들도 그냥 지나치는데 나는 그게 오히려 좋다”며 “전혀 부담감 없이 내 골프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 “그래도 가끔 사람들이 나를 ‘식스’라고 부른다. 내 외국인 캐디도 내 이름 영어 발음이 어려워 식스라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정은은 LPGA 투어에 빨리 안정적으로 정착했다. 참가한 6개 대회에 출전해 톱10에 두 차례 들었다. 신인왕 랭킹포인트도 348점으로 2위인 크리스틴 질먼(미국·201점), 샬럿 토마스(잉글랜드·157점)에 크게 앞서 사실상 LPGA 한국 선수 5년 연속 신인왕 획득이 유력하다.
이정은은 LPGA에 빨리 적응한 이유에 대해 “이동 거리도 길고 음식도 맞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을 많이 하는데 나는 머리만 대면 자는 스타일이고 음식도 한식과 양식을 가리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한국 유턴파 장하나(27)는 “골프만 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유있게 멀리 봤으면 좋겠다”며 “캘리포니아에 있는 맛있는 음식점은 다 알려주겠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정은은 미국에서 골프를 많이 배우고 있다고 했다. 이정은은 “미국은 페어웨이가 딱딱하고 잔디가 짧기 때문에 아이언이 더 정확해야 한다”며 “그래서 정확도를 높이는데 집중하고 있다. 그러니 정확도뿐 아니라 비거리도 5미터 가량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아직 우승에 대한 욕심은 없단다. 이정은은 “올해는 90점이라고 생각한다”며 “나는 옛날부터 안정적으로 치는 것을 좋아했다. 계속 좋은 샷감을 가지면서 우승 기회가 오면 잡겠다”고 다짐했다.
이정은은 이번 대회에서 1~2라운드를 KLPGA의 ‘슈퍼루키’ 조아연(19)과 함께 한다. 둘은 4년 전 이정은이 19살, 조아연이 중학교 3학년 때 함께 국가대표로 뛴 인연이 있다. 이정은은 “신인 때가 내 골프인생에서 제일 힘들었는데 그냥 마음 편하게 골프를 쳤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양주=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