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위청의 번화(繁花)는 1960년대 이후 중국 상하이의 생활상을 가장 잘 보여주는 소설로 평가받고 있다. 각각 사업가와 군인,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난 세 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60~70년대 문화대혁명기와 개혁개방 이후 고속성장기인 1990~2000년대 초반까지 상하이의 거리와 문화, 역사를 서술하고 있다.
상하이에는 가난한 노동자와 돈 많은 자본가가 동시에 넘쳐났다. 각종 정치 풍파로 당시 상하이의 농민들은 직접적인 기아와 신체적 고통에 시달렸고, 도시인들은 정신적 시련을 겪었다. 저자는 스토리를 전개하면서 지명이나 건물명, 생활 코스 등을 상세히 넣어가며 상하이라는 격변의 도시를 그림 그리듯 묘사해 상하이 시민들의 마음의 역사이자 성장사, 생활사라는 극찬을 받았다. 저자는 상황을 서술할 때는 표준어를 쓰지만 인물 대화에서는 상하이 사투리를 쓴다. 중국 외지인들이 해독하기 어려운 상하이 사투리는 피하면서도 강남 어투의 맛을 느끼게 해준다는 평가다.
이 책은 2012년 출간돼 중국 내 베스트셀러가 됐고, 2013년 루쉰문학상과 2015년 마오둔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최근 홍콩 영화계의 거장인 왕자웨이 감독이 올해 말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블러섬(Blossoms)’의 제작에 들어간다고 밝히면서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