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만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로에게 덕담을 건네며 상당한 ‘브로맨스(남자들의 우정)’를 과시했다. 당일치기 정상회담이라는 촉박한 일정이었지만 두 정상은 시종일관 편안한 분위기 속에 회담을 이어갔다.
양 정상은 25일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섬 극동연방대에서 회담한 뒤 함께한 만찬에서 한결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만족감이 묻어났다. 만찬은 단독회담 및 확대회담을 모두 마친 오후 6시17분쯤부터 시작됐다. 두 정상은 칼을 선물로 교환해 눈길을 끌었다.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최고사령관이시니까”라며 검을 칼집에서 반쯤 빼서 보여줬다. 김 위원장도 선물로 준비한 칼을 전하며 “(이것은) 절대적인 힘을 상징하고 있다. 당신을 지지하는 나와 우리 인민의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원탁 테이블에 나란히 앉았다. 푸틴 대통령은 준비한 환영사에서 ‘힘을 합치면 산도 옮길 수 있다’는 북한 속담을 인용, 북·러 우호를 강조했다. 김 위원장도 ‘더 없이 귀중한 친구’라는 표현을 쓴 답사로 화답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전용 벤츠 차량을 타고 오후 2시5분쯤 회담장에 도착했다. 줄무늬가 들어간 인민복 차림이었다. 김 위원장은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푸틴 대통령과 악수를 나눴다. 푸틴 대통령은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인사를 건넸고, 김 위원장도 “맞아주셔서 영광입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두 정상은 양측 수행원들과 차례로 인사를 나눴다.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등 북측 수행원들이 푸틴 대통령과 인사를 나눈 후 안내를 받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중계화면에 포착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단독회담 모두발언 때 양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깊게 숨을 내쉬는 등 긴장한 모습이었다. 이후 조금 여유를 찾았는지 자연스럽게 소파 위에 팔을 올려놨다. 단독회담은 예정된 1시간을 넘어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양 정상은 이후 확대회담을 가졌다. 러시아 측에선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유리 트루네트녜프 부총리, 예브게니 디트리흐 교통장관,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극동개발장관 등 10명의 외교·경제 핵심 관료 10명이 총출동했다. 반면 북측에선 리 외무상과 최 제1부상만 배석했다. 배석자 수가 10대 2로 불균형을 이룬 것이다. 북핵 협상 문제에 집중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그동안 김 위원장의 정상외교를 그림자처럼 수행해온 그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은 이날도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