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원 근무를 하게 된 남편과 미국에서 3년 동안 살다 온 강모(41)씨는 지난해 말부터 서울살이를 다시 시작하면서 물가 때문에 당혹스러운 경우가 많았다. 강씨는 “지난 3년간 요리에 재미를 붙였는데 귀국하고 보니 식재료가 너무 비싸 예전만큼 요리를 못하겠다”며 “체감하기로는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물가가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2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49로 전년 동기 대비 0.4% 상승했다. 2016년 7월 이후 2년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1분기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0.5%로 분기별 물가 통계가 집계된 196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이렇게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언제나 ‘높다’. 영국 경제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이 지난달 발표한 ‘2019년 세계 생활비’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은 세계 주요 133개 도시 가운데 물가가 가장 비싼 곳 7위에 올랐다. 덴마크 코펜하겐, 미국 뉴욕과 같다.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왜일까.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지를 보여주는 수치고, EIU 보고서는 뉴욕을 기준으로 생필품 가격 비교에 따른 것이다. 즉 우리나라 생필품들의 가격은 해외 주요 도시들보다 높게 형성돼 있는 편이고, 이에 반해 물가 상승 속도는 더딘 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상승률 자체가 높은 것은 아니더라도 사는 사람 입장에서 ‘내가 자주 사는 물건’ 값이 오르면 물가가 크게 올랐다고 느낀다”며 “식료품처럼 민감하게 와닿는 생활필수품의 가격이 오르게 되는 경우 물가 상승을 더 실감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생활밀착형 제품들의 가격이 잇따라 오르면서 소비자들이 느끼는 물가 부담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소주 시장 1위인 하이트진로가 다음 달부터 참이슬 가격을 6.45% 올리기로 했다. 경쟁 업체인 롯데주류의 처음처럼 가격도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맥주 시장 1위 업체인 오비맥주도 주요 국산 맥주 가격을 평균 5.3% 올렸다. 카스 500㎖ 병 기준으로 출고가가 56원 오르는 셈이다.
CJ제일제당 햇반 가격은 1480원에서 1600원으로 8.1% 올랐고, 파리바게뜨도 정통우유식빵 등 73개 품목에 대해 평균 5% 가격을 올렸다. 여기에 중국에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여파로 삼겹살 가격도 인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