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연방안보회의(SCR) 서기를 만나 “오는 6월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게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비핵화 국면에서 ‘키 플레이어’로 떠오르고 있는 러시아 측에 만남을 공식 요청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조속한 방한도 함께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파트루셰프 서기를 접견하고 “북·러 정상회담이 북·미 회담 재개와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 촉진의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고민정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문 대통령은 북·러 정상회담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 정착을 위해 건설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파트루셰프 서기는 문 대통령에게 “러시아와 한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 정착이라는 똑같은 목표를 갖고 있다”며 “외교채널을 통해 북·러 회담 결과를 신속히 전달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러·중 공동행동계획을 설명했고, 문 대통령은 “지금 시급한 과제는 북·미 대화 재개와 비핵화 촉진이다. 공동행동계획도 미국과 충분히 협의돼야 한다”며 “러시아 측에서 미국과 많이 논의해 달라. 우리도 충분히 검토할 것”이라고 답했다.

고 대변인은 “러시아가 러·중 공동행동계획을 공식 발표하지 않아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파트루셰프 서기는 이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3시간30분간 한·러 고위급 안보회의를 갖고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 등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아시아뉴스네트워크(ANN) 이사진을 접견하고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것이고, 북·미 대화 또한 촉진할 것”이라며 “3차 북·미 회담이 하루빨리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남북공동선언 이행추진위원회(이추위) 위원장인 노 실장도 청와대에서 이추위 4차 회의를 열고 4차 남북 정상회담의 철저한 준비를 당부했다.

다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1년 3개월 만에 공식 담화를 통해 남측을 맹비난하면서 남북 관계에 적신호가 켜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조평통은 대변인 담화를 통해 “남조선 당국은 북남 관계를 판문점선언 발표 이전 시기로 되돌아가게 할 수 있는 위험한 장난질에 계속 매달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지난 22일부터 2주간 진행되는 한·미 연합 공중훈련을 문제 삼은 것이다. 북한의 강경한 대남 경고는 ‘하노이 노딜’ 이후 북한 내부 체제 정비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박세환 김경택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