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31)의 타격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4할 타율을 오르내리는 것은 기본이다. 안타와 홈런, 타점과 득점, 출루율과 장타율 등 도루를 제외한 공격 전 부문에서 최상위권 성적을 내고 있다. LG 트윈스 투수 타일러 윌슨(30)은 0점대 평균자책점을 이어가며 불멸의 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이들이 1982년 출범한 한국프로야구 역사에 새로운 획을 그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를 계기로 오랜 기간 깨지지 않고 있는 불멸의 기록들을 살펴본다.
유일한 4할 타자 백인천, 84도루 이종범
백인천(76)은 단 3시즌 동안 KBO리그에서 뛰었다. 그러나 이른바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의 기록을 한국프로야구 역사에 남겼다. 4할 타율이다. 백인천은 MBC 청룡 시절이던 1982년 250타수 103안타를 때렸다. 타율 0.412다. 해태 타이거즈 소속이던 이종범(49)이 93년 104경기가 치러진 8월 21일까지 4할 타율을 유지했지만, 끝내 4할을 넘지 못하고 0.393에 머물렀다.
이종범은 4할 도전에는 실패했지만, 자신만의 불멸의 기록을 갖고 있다. 한 시즌 최다 도루다. 1994년 84개의 도루를 작성했다. 지난해 도루왕인 삼성 라이온즈 박해민(29)은 36개의 도루를 성공시켰다. 부상 등의 이유로 도루의 중요성이 떨어지면서 도루왕 타이틀이 30~40개선에서 결정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이종범의 한 시즌 최다 도루 기록은 깨지지 않을 기록으로 남을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
롯데 자이언츠 소속이던 펠릭스 호세(54)가 2001년 기록한 5할의 출루율도 넘보지 못할 수준이다. 2015년 NC 다이노스 에릭 테임즈(33)가 0.498까지 근접했지만 5할의 벽은 넘지 못했다. 롯데 이대호가 2010년 기록한 9경기 연속 홈런 기록도 오랜 기간 남을 기록이다. 특히 2010년 7관왕 기록은 근접하기조차 쉽지 않다. 이대호는 또 유일하게 타격 3관왕(타율, 타점, 홈런)을 두 번 차지한 선수이기도 하다.
장명부 30승, 송진우 3000이닝
투수 부문에선 2005년 타계한 삼미 슈퍼스타즈 장명부를 빼놓을 수 없다. 83년 30승을 기록했다. 단일 정규시즌 최다승이다. 2011년 우리 곁을 떠난 롯데의 전설 최동원은 84년 정규시즌에서 27승까지 기록했다. 그해 최동원은 한국시리즈에서 혼자서 4승을 올려 통틀어 31승을 기록했다. 투수 분업화가 정착돼 있는 요즘 선발 투수들이 30경기 안팎으로 등판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달성하기 거의 불가능한 기록이다. 장명부는 이밖에도 85년 한 시즌 동안 427.1이닝을 던지기도 했다.
해태 타이거즈 선동열(56)이 세 차례 기록한 0점대 평균자책점도 이제는 찾아볼 수 없을 기록 중 하나다. 83년 0.78의 평균자책점은 역대 최저다. 86년에 0.99, 87년에도 0.89를 기록한 바 있다. 1점대 투수도 이미 사라진 상황에서 선동열급 투수가 다시 나오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통산 기록에선 한화 이글스에서 뛰었던 송진우(53)가 각종 불멸의 기록들을 쌓았다. 88년 빙그레 이글스에 1차 지명된 송진우는 2009년까지 210승을 올렸다. 현역 선수 가운데 두산 베어스 배영수(38)가 137승인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깨지기 힘들 전망이다. 특히 3003이닝 투구와 2048개의 탈삼진 기록 또한 현역 투수들이 근접하기 힘든 기록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롯데 윤학길(58)이 가진 100경기 완투 기록도 사실상 불멸의 기록 수순에 접어들었다. 현역 선수 가운데 윤학길의 기록에 절반에도 도달한 선수조차 없다.
서건창 200안타, 이승엽 56홈런
또 깨질 가능성은 있지만, 달성 자체만으로도 위대한 기록들이 있다. 넥센(현 키움) 히어로즈 서건창(30)은 2014년 201안타를 때려냈다. 유일하게 200안타 고지를 점령한 선수다. 특히 현재 팀당 144게임 체제가 아닌 128게임 체제에서 달성한 기록이라는 점에서 값어치가 크다.
삼성 라이온즈 소속이던 이승엽(43)은 2003년 홈런 56개를 때려냈다. 키움 박병호가 2014년 52홈런, 2015년 53홈런까지 때려내며 이승엽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승엽이 가진 통산 467홈런은 당분간 도전자가 없다. 350홈런을 넘긴 선수는 이승엽과 함께 은퇴한 양준혁(50)밖에 없다. 현역 선수 가운데는 KIA 이범호(38)가 329개까지 때려냈지만, 나이 등을 고려할 때 경신은 불가능하다. 311개까지 늘린 SK 와이번스 최정(32)이 그나마 이승엽의 기록에 도전할 수 있는 선수로 꼽힌다.
LG 트윈스 박용택(40)이 매일 쌓아가고 있는 최다 안타 기록 역시 언젠가 경신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가 쌓아온 안타 개수만큼이나 야구 인생 자체가 위대한 기록으로 남을 전망이다.
김영석 선임기자 yskim@kmib.co.kr